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택시장은 거래 빙하기로 접어들었고 매매가격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수도권 기준 최근 10년 동안 집값이 2~3배 상승했으니 고점 대비 30%정도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완급조절의 속도와 시간에 따라 충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오버페이스를 한 이후 서서히 완급조절을 잘 할 경우 좋은 성적이 나오지만 완급조절에 실패할 경우 급격히 페이스를 잃어버리면서 그 경기성적은 최악이 되거나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의 과잉 유동성에 어설픈 부동산정책의 부작용으로 이미 부동산시장은 오버페이스가 됐다. 이제 와서 후회하고 누구 탓이라 원망해도 소용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버페이스 이후 대처다. 최근 경제부총리가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의 집값 목표에 대해 조금씩 하향 안정화 추세로 가야한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 도모가 정책 목표다. 점진적인 하락이 중요하다. 현재보다 10% 떨어뜨린다.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다. PIR(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너무 높다, 서울은 18배까지 상승했으며, 금융위기 이전 8배, 금융위기 이후 10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집값이 55% 하락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 하에 당분간 거래 빙하기 상황을 방치하면서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경제학의 이론조차 먹히지 않는 집값은 부총리나 장관이 10%, 55% 조정한다고 조정되는 것이 아니다.
주택가격은 제동장치 성능이 좋지 않은 폭주기관차와 같다.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지만, 한번 멈추면 다시 움직이기도 힘들다. 정부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했으면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그렇게 오르지도 않았다. 이전 정부는 못했는데 현 정부는 할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집값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내리는 것은 더 문제다. 집값이 오르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지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패닉바잉(panic buying)현상이 늘어나면서 집값과열을 부추기고 대출과 집값이 더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면, 그 부작용은 집값상승보다 훨씬 더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줄어들고, 역전세가 생기면서 깡통전세가 늘어나 세입자들의 전세금이 위태로워지며, 대출을 해준 은행들의 담보능력이 약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난다.
또 건설경기 위축 및 소비감소, 내수경제까지 침체되며, 뒤 늦게 무리한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했던 수요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증가와 자산감소의 부담으로 아우성을 치면서 패닉셀링(panic selling) 현상으로 집값하락은 더욱 가속화된다.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정말 일을 못해서 부동산 규제를 그렇게 풀어줬을까? 한번 엎어진 물은 다시 담기는 어렵듯이 한번 풀어진 복지, 임금 등 문제를 다시 수습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부작용이 크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무조건 떨어져야 한다며 방치하기 보다 집값하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서서히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거래정상화 첫 단추부터 끼우는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