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 합병시계 속도···'운수권 퍼주기' 韓항공경쟁력 손실 우려도
대한+아시아나, 합병시계 속도···'운수권 퍼주기' 韓항공경쟁력 손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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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내달 미국을 포함한 주요 항공당국이 대한항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연내 '인수합병(M&A) 마무리'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외국 항공사에게 인천공항과 유럽, 미주, 대양주를 잇는 '허브노선' 이원권에 이어 슬롯(공항 출도착 시간대)까지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달 내 대한항공 임원·담당자와 기업 결합으로 우려되는 시장 경쟁성 제한과 관련해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계획안을 두고 본격 검토에 들어간다.

그간 미국은 양사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독과점 해소를 강조해왔고, 대한항공은 이에 부합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일부 미주노선(인천~로스앤젤레스(LA) 등) 이원권을 타 항공사에게 배분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원권이란 항공협정을 체결한 두 국가의 항공사가 자국에서 출발해 서로의 국가를 경유한 뒤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한 외항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내 신규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이달 LA노선에 취항을 시작하고, 추후 운항 편수를 늘릴 계획이라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항사로는 동남아 항공사가 취항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논의하고 있는데, 그 중 베트남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유나이티드항공이나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가 운항을 확대하거나 취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이 승인 여부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나머지 국가에서도 작업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실제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달 16일 1차 본심사에 착수했고, 다음달 14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도 심사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이원권과 슬롯 배분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유럽 등에서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한국 국적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장거리 노선 대체 필요 항공 편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사가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편수(2019년 기준) 주 183회 중 69회를 다른 항공사가 대신 운항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국내 LCC들의 경우 현재 보유한 기재로는 장거리 운항이 불가해 대부분 외항사들이 노선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파리 노선을 주 12회 운항해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점유율을 50% 아래로 맞추기 위해 주 3회 운항을 포기해야 한다. 양사의 점유율이 68%인 프랑크푸르트, 75%인 로마, 66%인 런던, 100%인 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에도 각각 주 4회, 3회, 4회, 4회씩 대체 항공사에 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대체 항공사로 국내 항공사들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잇따라 요구되고 있다. 박 의원은 "향후 10년간 이뤄질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더 많은 국내 항공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토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국내 LCC도 10년 이내 대형기 10여 대를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도 "양사 합병으로 발생하는 운항권을 외항사가 가져가져 가게 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항공 경쟁력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며 "국내 LCC들 또한 더 침체하게 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슬롯을 얻지 못할 경우 통합 항공사가 슬롯을 제공하는 것 뿐이며, 통합 항공사의 운항 규모가 반드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 후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중·장거리 노선에도 국내 항공사를 위한 진입 여건을 마련해 놓았고, 이미 장거리 운항 의지가 있는 국내 LCC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국내 LCC의 경우 장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항공기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해외 항공사들과도 노선 진입 가능성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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