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시세 가격, 단지·입지 여건 등 주효해···분양시장 양극화 두드러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얼어붙은 서울 청약 시장 속에서도 가격·입지 경쟁력을 갖춘 단지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서울 분양시장 가늠자로 여겨졌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청약이 흥행에 실패한 반면 같은 생활권 '강동 헤리티지 자이'와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마포 더 클래시'의 경우 수요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자금 여력을 갖춘 현금부자들이 몰리는 서울 분양시장에서도 실수요자 중심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길동 신동아 1·2차 재건축 단지인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전날(20일) 1순위 청약에서 전용 59㎡, 106가구 모집에 5723건이 접수돼 평균 5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을 마감했다. 앞서 진행된 전용 59㎡, 113가구 특별공급에는 총 5340명이 신청해 평균 4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생애최초 특공이 21가구 모집에 3508명이 지원해 최고 경쟁률 167대 1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10만명 청약설’이 나올 정도로 기대감을 모았던 둔촌주공은 특공(평균 3.28대 1)과 1순위 청약(평균 4.7대 1)에서 각각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일부 평형의 경쟁률은 1대 1에도 못 미치며 미달됐다.
직선거리로 1.5km 정도 떨어진 둔촌주공과의 청약 결과를 가른 것은 단지 조건과 분양가였다.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전부 전용 59㎡ 가구로 구성된 반면 둔촌주공의 경우 일반분양 가구 중 전용 면적 59㎡ 이하 소형 면적이 절반을 차지한다. 분양가를 비교하면 강동 헤리티지 자이가 공급한 전용 59㎡ 분양가는 6억5000만~7억700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조건이 비슷한 둔촌주공의 같은 평형(10억4000만~10억6000만원)보다 분양가가 최대 4억원가량 저렴하다.
강북구 최초로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마포 더 클래시(아현2구역)'도 청약 경쟁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9일 1순위 해당지역 모집에서 적지않은 청약통장이 들어왔지만 예비당첨자 5배수를 확보하지 못해 20일 1순위 기타지역 접수를 받은 마포 더 클래시는 53가구 공급에 총 1028명이 몰려 19대 1의 청약경쟁률로 마감했다.
이 단지 최고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4억3100만원으로, 둔촌주공 동일 주택형의 최고 분양가(13억2040만원)보다 높다. 다만 고분양가 논란에도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집값이 저렴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인근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18억5000만원(지난 9월)이었고 현재 매도호가도 17억5000만~2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후분양 단지라 바로 입주할 수 있고 직주접근성이 높은 입지 여건이 실수요자들에게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리플 역세권'(5호선 애오개역, 2호선 아현역·이대역)을 갖췄고 초·중·고 학군·대학가 등 입지적 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를 끌어모았다는 의견이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으로, 바로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자 가운데 현금을 쥐고 있는 상당수가 청약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 자체가 적었다는 점에서 통계 착시가 있지만 '둔촌주공발 청약 쇼크' 우려 속에 공급된 단지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수요 움직임'을 확인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리인상 부담에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매수심리가 위축된 만큼 서울 분양시장 '옥석가리기' 현상도 더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분양 단지들이 둔촌주공과 비교하면 물량이 많지 않아 유의미하게 보긴 어렵지만 최근 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는 고무적인 결과"라며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지금 시장에선 분양가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에 따른 청약 시장 위축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서울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값 상승세로 전반적인 분양가도 오른 만큼 가격 경쟁력은 물론, 입지적 조건, 향후 기대이익 등을 갖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