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피해도 불가피···"향후 입주 지연 사태 확산할 가능성 있어"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입주가 수개월씩 지연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 수급 차질과 화물연대 총파업 등이 겹치면서 공사가 지체된 여파다. 건설업계는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데다 앞으로 입주 지연 단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아파트 입주를 내년 2월에서 5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경북 포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초곡'은 공기 지연을 이유로 4차 중도금 납부 일정을 연기했다. 50% 이상의 공정률을 달성해야 4차 중도금을 납부할 수 있는데 1월 말 기준 공정률은 41.63%로 당초 계획을 크게 밑돌아 입주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1~3단지'의 경우 당초 올해 1월 말 입주 예정이었으나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1·2단지 중 일부 가구는 임시사용승인으로 입주가 허용됐지만 집 내부 계단 난간, 타일 등 부실로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여러 사유들이 있었고 손해도 큰 상황인데 입주민에게 피해가 가게 되면서 안타깝고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향후 입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공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기 지연 문제가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올해 8월 예정인 입주를 2개월가량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조합 측 거부로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조합원이 공기 연장을 받아주지 않으면 결국 입주 지연에 대한 책임과 지체보상금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라 자재 수급 불안정, 공사 중단 등 공기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게 건설업계 입장이다. 특히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가파르게 오른 공사 비용에 지체보상금까지 더해지면 건설업계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제는 이 같은 입주 지연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건설사는 물론, 입주민 피해도 크다. 입주 일정에 맞춰 자녀 학교나 직장, 전월세 계약 등 이사 일정은 물론, 자금 계획도 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입주 예정일이 지연되는 단지가 최소 2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노조 파업 등 공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고 사업장별로도 지반 불안정, 발주처의 잦은 설계변경 등 사유들이 있는데 책임은 사실상 시공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어 손해가 막심하다"면서 "특히 이 같은 일들이 어느 한 건설사만이 아닌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입주 지연 사례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었을 때는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는 대다수 입주민 피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