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사장 "금융사 부실 '사전 관리'···금융상품 보호범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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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예금보험 3.0' 선포
예보제도 보호범위 '비금융상품'으로 확대 검토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예보)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예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투입 등 부실 금융회사 '사후관리'에 중점을 뒀던 기존 예금보험제도의 틀을 '금융위기 사전예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예금보험 3.0'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보호대상을 비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활동을 예금보험제도에 녹여내는 방안도 폭넓게 검토한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의 디지털화, 금융상품의 융·복합화, 비금융회사의 금융산업 진출 등 글로벌 금융의 빅블러(Big-Blur) 현상에 비춰볼 때 '은행 중심의, 사후적 대응에 초첨을 둔 전통적 예보제도'로는 미래의 금융리스크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사장은 "우리나라 예보제도는 금융회사가 부실이 된 이후에 예보가 작업에 착수해 5000만원의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그로 인해 나타난 부실을 사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인데, 그러다보니 비용은 더 많이 들고 과거에 투입된 구조조정 비용을 아직까지 상환하고 있다"며 사후관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화한 형태의 '예금보험 3.0'을 시행하겠단 계획을 전했다. 유 사장은 "예금보험 3.0의 요체는 사전에 금융위기를 예방해야 하고,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자기 힘으로 금융권 파산위기를 관리하고 이를 통해 예금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기금을 운영 과정은 좀 더 유인부합적이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관리·집행하는 예보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예보는 △예보제도 고유 기능 고도화 △금융상품 보호범위 확대 △금융소비자 보호 및 예방제도 강화 등 크게 3가지를 추진한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5000만원으로 묶여있는 예금보호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과 차등보험료율제도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현재 예보는 금융당국과 예금보호한도, 목표기금 수준, 적정 예보료율 등 예금보호 제도 전반의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특히, 차등보험료율 제도 고도화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차등보험료율은 부보금융회사의 경영위험 수준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유도하는 제도다.

유 사장은 금융상품 보호범위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예금성을 지녔음에도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원금보장상품의 편입 방안을 검토하고, 그 일환으로 노후보장 핵심 상품인 연금저축의 별도 보호한도(5000만원) 적용을 추진한다. 아울러 금융시장에 새롭게 도입되는 비금융상품까지 보호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유 사장은 "지난 10~20년간 예금상품과 비예금상품 규모 증가속도를 비교해보면 비예금 확대 속도가 확연히 빠르고, 그 규모가 예금과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현재의 전통적 예금보험 제도는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보면 절반의 솔루션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금자보호의 원천인 예보기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및 부채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예보기금의 부채가 부보예금 규모와 금융회사 파산가능성으로 결정되는 만큼 금융회사에 대한 정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예보기금의 부채구조 추정을 보다 정교화한다는 계획이다.

예보기금 자산운용 방식도 다변화한다. 기금운용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과거 자산운용 방식이 부보금융회사 예금 예치에만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채권 매입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예보는 지난달 약 6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예보 내부적으로는 디지털·IT기반 업무환경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10월 개통을 목표로 차세대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기능별로 산재돼 있는 내부통제 기능을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를 보다 고도화한다.

ESG경영에도 초점을 맞춘다. 특히, 금융회사의 ESG경영을 예금보험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인 부보금융회사가 ESG경영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ESG활동을 우리 예보제도에 어떻게 흡수·반영할 것인지, 어떻게 주류화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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