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 조달 러시···대형-중견사, 희비 교차
건설사 자금 조달 러시···대형-중견사, 희비 교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GS 등 공모채 발행, 중견사 실패···사모채·단기차입 나서
"중소·중견사 중심으로 자금난 확산 우려···향후 분양 실적 중요"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가운데 대형·중견 건설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사는 잇따라 투자 수요를 확보한 반면 정작 자금 지원이 절실한 중소·중견 건설사가 홀대받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분양이 지속되고 부동산 PF 대출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 되자 건설사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신용도 A+ 등급의 GS건설은 지난달 22일 15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2190억원의 자금을 모집, 공모채 2년물 1500억원을 연 6.5%대에 발행했다. 현대건설(AA-)도 지난달 20일 1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 결과 총 3200억원의 유효 수요를 모아 2·3년물 총 1500억원을 연 4.4%대에 각각 발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15일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5080억원을 모집해 총 2000억원어치를 연 5.3~5.9%대에 찍었다.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신용등급이 'A-'로 낮은 편이지만 SK그룹 계열사라는 후광 덕을 봤다는 평가다. 

반면 정작 자금 지원이 절실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신공영(BBB0)은 지난달 21일 회사채 500억원 발행을 계획했지만 매수주문 규모는 50억원에 그쳤다. 당시 한신공영은 연 7.5~9.5%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인기가 시들했다. HL디엔아이한라(BBB+) 역시 1년 만기, 이자율 연 9%의 좋은 조건에도 수요예측에서 500억원 중 450억원이 미매각됐다.  

이에 고금리를 감수하고 사모채·단기차입으로 눈을 돌린 중견사들도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3일 사모채 1년물 700억원을 연 9.6% 이율에 발행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0일 2년물 사모채 1000억원어치를 연 7.8%에 발행한데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연 5.519% 이율의 300억원 규모 채권담보부증권(P-CBO) 3년물을 찍었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달 사모채 시장에서 300억원을 찍었고, 이율은 연 10%였다. 또 지난달 28일 SGC에너지로부터 이자율 9%에 600억원 단기 차입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SGC에너지로부터 단기 차입한 800억원을 일부 상환하고 대여기간을 연장했다. 남광토건은 220억원을 금리 12%에, 신세계건설은 올 1월·2월에 총 6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이들이 이처럼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운영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연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향후 금융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건설사 전체 발행액 8조2000억원 중에서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는 2조6000억원이며, 이 중 49%인 1조3000억원이 상반기에 몰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 재무구조 흐름이 악화해 중소·중견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자금난 공포가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건설사 자금조달 여건과 현금흐름 개선 여부는 올해 분양 실적에 달려있다고 조언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BBB급 중견 건설사 중에서 자체사업이나 PF우발채무 관련 부담이 큰 업체들의 경우 당분간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이 예상된다"며 "계열 지원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분양경기 저하에 대한 대응수단이 충분하지 않아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조달 여건 개선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가 본격화돼 이익 축소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기성 진행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 역시 확대될 전망"이라며 "공사대금 회수가 가능한 분양률에 도달하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들간 신용도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