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카카오 계열사들 '곤혹'
잇단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카카오 계열사들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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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다이어리 "카카오헬스케어 서비스, 자사 아이디어 베껴 서비스 발표"
올아이티탑 "카카오뱅크, 자사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 특허권 침해"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자사 IP 표절···소송 제기할 것"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에서 잇따라 타 회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20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사업 협력을 맺었던 건강 관리 플랫폼 기업 '닥터 다이어리'는 카카오와 협력 진척이 중단된 후 카카오헬스케어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껴 서비스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달 2일 경기도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진행된 프레스미팅에서 올해 3분기 내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 관리 서비스 '프로젝트 감마'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감마는 CGM(연속혈당측정기)와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플랫폼을 연동해 운동·수면·식사·스트레스·체지방·근육량 등 혈당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를 입력하고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닥터다이어리 측은 카카오헬스케어가 이번 발표한 서비스 중 연속 혈당 측정, 식단·건강 데이터 관리, 커뮤니티 등 주요 구성이 자사의 건강관리 플랫폼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지난 2020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제안해 기업 설명회를 열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공동 사업을 제안해 기밀 유지 약정과 사업 협력 협약을 맺었다"며 "같은해 11월 이후 협력이 진척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카카오헬스케어가 우리 회사 아이디어를 따와 서비스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헬스케어 측은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고, 이미 해당 기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와 서비스가 국내외에서 준비되고 있다"며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서비스의 콘셉트만으로 유사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닥터다이어리는 자가혈당측정기(BGM)을 기반으로 채혈을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카카오헬스케어는 CGM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가져오는 서비스 방식"이라며 "카카오 자회사는 각자 독립 경영을 하고 있어 각 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타사와 공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올아이티탑 회원들이 기자회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올아이티탑 회원들이 기자회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생체 융복합인증 보안전문기업 '올아이티탑' 역시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가 자사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에 대한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29일 카카오뱅크를 형사 고소했다.

올아이티탑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가 올아이티탑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에 지난달 29일 카카오뱅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올아이티탑은 지난 2014년 다중 안전잠금 기능을 구비하는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 및 처리 방법에 관한 원천특허를 출원했고, 이를 바탕으로 151건의 하위 특허를 출원해 공식 등록했다.

당시 특허를 받은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은 스마트폰에서 지문 정보, 전화번호, 계좌 비밀번호를 인증하면 이후 지문만으로 간편하게 이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로, 카카오뱅크 측에서 사용 중인 간편결제 기술과 동일하다고 올아이티탑 측은 주장했다.

올아이티탑은 지난 2018년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으나 1심 서울지방법원과 2심 특허법원에서 패소했다.

이후 특허심판원에서 1심과 2심을 뒤집고 올아이티탑의 원천 특허를 인정하는 정정심결을 내렸으나, 카카오뱅크가 특허 무효소송을 진행하자 이를 받아들여 올아이티탑의 특허를 무효시켰다.

이에 따라 올아티티탑은 해당 기술을 저작권으로 등록한 후 카카오뱅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올아이티탑의 원천 특허와 자사 기술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아이티탑의 특허는 개인 금융 거래 중계 서버가 고객의 단말기로부터 지문 정보를 받아 등록된 지문 정보와 비교해 일치하면 온라인 은행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며 "카카오뱅크는 중계시스템이 없고 제조사 보안 정책에 따라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중계 서버로 전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키에이지 워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사에서도 카카오 계열사를 상대로 아이디어 도용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말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IP(지적 재산)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21일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당사의 IP(지적 재산)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측의 이러한 결정에 카카오게임즈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며 "공식 입장 발표는 엔씨소프트 측의 소장이 도착한 후 법무팀 검증을 거쳐 나갈 것이나,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뱅크에서 발생한 이슈와 카카오게임즈의 표절 논란을 같은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카카오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과 관련한 사업을 준비 중에 있는데, 이는 보편적인 플랫폼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라며 "BM(사업 모델)과 기술 문제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카카오뱅크에서 발생한 이슈도 기본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 중복 상장, 우마무스메 운영 논란 등 카카오 그룹 내에서도 유독 이슈가 많이 발생한 기업"이라며 "이번 아키에이지 워 표절 논란도 문제가 뚜렷한 만큼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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