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경기로"···둔화된 인플레, 연내 금리인하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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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전년比 5%↑, 예상치 하회···견조한 근원 물가 변수
'긴축 종료론' 부상···다음달 25bp 인상 후 7월 인하설 대두
동결 택한 금통위 '안도'···물가 둔화에 3연속 동결 가능성↑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큰 폭으로 둔화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종료설'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률(6%) 대비 1%포인트나 급락한 데다, 시장 예상치(5.2%)마저 하회한다. 전월 대비로도 0.1% 상승에 그치며, 전월 상승률(0.4%) 대비 크게 축소됐다.

해당 상승률은 지난 2021년 5월(5%) 이후 최저치다. 앞서 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9.1%) 정점을 찍은 이래 꾸준한 둔화세를 보이며 2월 6%까지 둔화됐다. 이후 한달 만에 5%를 기록하며, 연준 목표치(2%)에 근접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5.5%) 대비 확대된 것이며, 전월 대비로도 0.4%나 올랐다. 특히 이번 CPI 둔화가 급락한 유가에 기인한 바가 큰 만큼, 4월 CPI 상승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세적 둔화는 맞다"···다음달 25bp 인상, 금리인하는 7월?

해당 결과에 시장은 다소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헤드라인 CPI가 급격히 둔화됐지만,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CPI 상승률이 확대된 만큼,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반응이다.

연준 역시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입장이다. 같은날 공개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훨씬 웃돌고 있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추가 금리인상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70.4%가 다음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연준의 관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권 위기 여파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경기침체를 벗어나는데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금리인상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이런 우려들이 반영되며 전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0.41% 하락했으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85%나 떨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11% 하락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 우려는 ‘피벗(정책선회)’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50.9%가 7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36.3%가 연말 기준금리 수준으로 4.25~4.5%를 예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은행 유동성 리스크 완화에도 경기 침체를 전망하면서, 연내 3차례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연준은 경기침체 전망에도 물가 안정 없이는 경기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장에 반영된 3차례 금리인하 기대감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대다수 연준 구성원들은 최종금리 수준이 내려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시장도 금리인상 종료가 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준은 SVB 사태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으며, 은행 리스크가 확산돼도 금리 정책과 분리·대응할 것을 강조했다"며 "특히 타이트한 고용환경과 높은 물가 판단에는 변함없다. 현시점에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며, 연내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안도하는 금통위, 3연속 동결 전망 탄력

한편, 이 같은 연준의 긴축 종료설이 가시화되며 금리동결을 선택한 한은 금통위의 숨통이 트였다. 지난 11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에서 2연속 동결한 가운데, 섣부른 결정이었단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근거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양국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는 원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특히 다음달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유력시된 만큼, 양국 금리차는 역대 최대치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양국간 금리 격차를 좁혀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다. 또한 1320원을 돌파한 환율, 견조한 근원물가 등은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 CPI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한은 금통위의 결정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특히 연내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3연속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이창용 총재가 현재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국내 물가는 한은의 전망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기하방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며 "사실상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하 논의가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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