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할 듯···'경기·금융 불안' 초점
7월 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할 듯···'경기·금융 불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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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경기 회복 불투명·새마을금고발 자금경색 우려"
인하 시점 "올해 4분기 인하" vs "내년 중반 이후" 엇갈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오는 13일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더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4연속 동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무엇보다 경기 불안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당초 한은 전망(0.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한은도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불거진 일부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도 금리 동결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도 우려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도 불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는데,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으면서 물가 상승률도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2%대로 내려왔다"며 "이런 지표들로 미뤄 금통위가 금리를 또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만약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예상대로 한은이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은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으면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차는 2.00%p로 벌어진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일단 대다수 전문가는 금리 격차가 2.00%p에 이르러도,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예상대로 자금과 환율 흐름이 안정적이라면,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려도 한은이 8월 곧바로 미국을 따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약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은도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 실장은 "미국이 9월에도 올리면, 한은도 인상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편차가 컸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당장 10월부터 낮출 것이라는 의견부터, 커진 한미 금리 격차와 여전히 불안한 물가 흐름 등 탓에 내년 상반기까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하강)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업 투자도 둔화해 하반기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며 "가계 저축 감소와 이자 부담 등에 코로나 방역 해제에 따른 소비 지출 증가세도 빠르게 식어가면서 하반기 경기도 한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에 따라 한은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달 종료되면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10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실장도 "미국이 7월이나 9월 중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리고, 정부 기대보다 내수나 수출 회복이 더디면 한은이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로 본다"며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시그널(신호)을 준다면 한은이 미국보다 한두 달 먼저 선제적 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시그널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낮추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올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인하 전환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 늦어지면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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