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용등급 유지" 저축銀 자화자찬이 씁쓸한 까닭
[기자수첩] "신용등급 유지" 저축銀 자화자찬이 씁쓸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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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업황이 얼마나 어려우면 신용등급을 유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을까요. 씁쓸한 일입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저축은행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업계가 조달금리 상승, 예대마진 축소, 연체율 급증 등 각종 악재에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저축은행 79개사는 올해 1분기 528억원 순손실, 2분기 43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상반기에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낸 것이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2분기 말 기준 5.33%로 지난해 말(3.41%) 대비 1.92%p(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NPL비율은 5.61%로 지난해 말(4.08%) 대비 1.53%p 늘었다.

수익성, 건전성 등 경영지표가 악화하면서 올해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저축은행도 수두룩하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올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저축은행만 7곳에 달한다.

나신평은 이달 초 페퍼저축은행과 더케이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엔 OSB저축은행의 등급전망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올해 6월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키움저축은행(A-),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신평도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문제는 조달금리 상승세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부실 우려 확대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저축은행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선 '신용등급(전망)을 유지했다'는 소식이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독 신평사로부터 지난해와 동일한 신용등급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신용등급(전망)이 개선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자료를 내던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가장 최근엔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나신평과 한신평으로부터 지난해와 동일한 '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다는 자료를 냈다. 지난 7월엔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이 상반기 나신평으로부터 각각 'A-/안정적', 'BBB+/안정적' 평가를 받아, 5년 연속 신용등급을 유지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도사태 때처럼 업황이 전부 타격을 받을 만큼의 요인이 있거나 개별 기업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신용등급 전망은 유지되는 것이 '보통'인데, 업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올해는 그 보통의 일이 보통이 아닌 게 돼버린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황이 심상치 않다 보니 저축은행이 '9월 위기설'의 진원지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모습에선 언뜻 '여유'까지 보이는 듯하다. 위기설이 제기될 때마다 당국은 위기를 벗어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수준'이란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서민 등 취약층이 주 고객인 저축은행의 부실은 전체 금융시스템 부실로 번질 수 있는 '약한 고리'다. 업권의 경영지표를 보다 촘촘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각화하고 부실채권 매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당국이 나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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