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경기 침체 여파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최근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이에 지난해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철회했던 이들이 빠르게 복귀할 지 여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IPO시장의 훈풍과 달리 코스피 시장에 변수가 겹쳐있는 만큼, 빠른 복귀가 조심스러울 것이란 입장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첫날인 밀리의서재는 공모가(2만3000원) 대비 151% 오른 5만7600원까지 올랐다. 이미 따상(공모가 대비 2배)에는 성공한 셈이다.
지난 25일 상장한 인스웨이브시스템즈도 상장 첫날인 장 초반부터 주가가 고공행진하더니 공모가(2만4000원)대비 115% 상승한 채로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첫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곳이다. 심지어 대어라 불리는 두산로보틱스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은 모두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 이상의 가격에서 청약 주문을 넣으며 일반 청약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일반청약 때 확보된 증거금 규모는 무려 33조1093억원에 달했다.
9월 중순 이후부터 훈풍이 불고 있는 IPO 시장은 올해 상반기와는 대조적이다. 현재까지 올해 IPO 규모는 약 1조8293억원이다. 이는 5년새 가장 적은 규모로 파악된다. 2019년 3조4762억원, 2020년 4조7066억원 2021년 20조431억원 2022년 16조1141억원이다. 가장 컸던 2021년과 비교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지만 IPO 대어들이 차근차근 나오면서 공모주 시장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어딘가의 자금이 있고, 이정도의 금리가 일정시간 유지 될 것으로 보여 호황을 보이는 시장으로 유입이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IPO를 철수했던 케이뱅크, CJ올리브영, 마켓컬리,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의 재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 철회건수(스팩 제외)는 13건으로 전년(2건)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13곳이 철수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철수 후 올해 다시 돌아온 밀리의 서재가 따상에 성공한 만큼, IPO로 복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에이피알의 경우도 철회 3년만에 코스피 시장 상장에 재도전한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IPO 복귀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삼성증권은 다음달 코스피 변동폭을 2350∼2600로 전망하기도 했다. 4개월만에 종가기준 2500선을 내주고, 2300선을 예상하는 곳도 나타난 것이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밀리의 서재는 이전보다 몸값을 낮추는 등의 노력이 동반됐고, 현재 시장이 안 좋아서 그때랑 같은 체급으로 IPO에 나선다면 쉽지 않은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에 예전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