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각축전'···3분기 수익률 승자는
은행권 퇴직연금 '각축전'···3분기 수익률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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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고객유치 경쟁 치열
하나은행, 확정기여형 3분기 수익률 9.48% '1위'
'은행은 보수적' 옛말···라인업 늘고 수익률 제고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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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33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올해 3분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시중은행들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곳은 하나은행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전분기보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3분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비보장 상품에서 각각 9.48%, 8.37%의 수익률을 기록,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DC형 원금보장 상품의 수익률도 3.76%로 다른 은행들 중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의 높은 수익률은 적립금 증가로 이어졌다. 3분기 하나은행의 퇴직연금(DB·DC·IRP) 적립액은 30조1418억원으로 전분기(29조4898억원) 대비 6520억원 증가, 전체 은행들 가운데 전분기 대비 가장 많은 적립금을 유치했다. 3분기 적립금 잔액이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으로 각각 37조2263억원, 34조1033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은행의 적립액은 전분기 대비 각각 4786억원, 4542억원 늘었다.

하나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양호한 성과를 낸 것은 다양한 방식의 퇴직연금 운용 전략으로 고객의 선택폭을 늘리는 한편, 철저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번 가입하면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의 특성상, 차별화된 고객관리 역량을 통해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자기주도형 자산관리 '하나 연금닥터 서비스', AI를 활용해 연금자산 현황을 진단해주는 'AI연금투자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있고, 1억원 이상 연금VIP를 위한 전문 상담센터와 찾아가는 연금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ETF, ELB, 채권투자형 등 고객 투자성향에 따른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던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전분기 대비 수익률이 대폭 개선되는 등 퇴직연금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연 7~8%대로, 이는 보다 공격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업계 수익률과 비슷한 수치다. 지난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으로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금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예금,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구성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비보장형보다 개선폭은 작았지만, 대부분 연 3%대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별 수익률을 보면 국민은행의 DC상품 원리금보장형은 2분기 3.07%에서 3분기 3.58%로, 비보장형은 5.67%에서 8.11%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개인형IRP의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2.84%에서 3.30%로, 비보장형은 5.62%에서 7.91%로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DC상품 원리금보장형 3.00%→3.52% △DC상품 비보장형 6.03%→8.08% △개인형IRP 보장형 2.89%→3.38% △개인형IRP 비보장형 5.84%→7.57% 등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DC상품 원리금보장형 3.27%→3.76% △DC상품 비보장형 7.97%→9.48% △개인형IRP 보장형 2.89%→3.35% △개인형IRP 비보장형 6.69%→8.37% 등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DC상품 원리금보장형 2.94%→3.41% △DC상품 비보장형 6.31%→8.48% △개인형IRP 보장형 2.82%→3.25% △개인형IRP 비보장형 5.86%→7.30% 등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DC상품 원리금보장형 2.74%→3.19% △DC상품 비보장형 6.53%→8.71% △개인형IRP 보장형 2.47%→2.90% △개인형IRP 비보장형 6.47%→8.10% 등을 나타냈다.

퇴직연금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보다 공격적인 퇴직연금 유치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후·은퇴자금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오는 2050년까지 2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주요 금융센터에 퇴직연금 자산관리 상담 전문가를 배치하거나 퇴직연금 특화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고객 관리에 힘쓰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고 다양한 고객 니즈에 맞추기 위해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 퇴직연금 상품은 보수적으로 운용돼,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이란 인식이 강했고, 실제 보수적인 성향의 고객들이 많이 가입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최근에는 투자자들 성향이 다양해진 만큼 상품 라인업을 늘리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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