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보험사기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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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보험업계와 소비자들이 바라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6년 법 제정 이후 8년 만이다.

개정안에는 보험 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를 금지하고,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보험사기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수익 알바' 광고를 게시, 사기 공모자를 모집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직적·지능적인 보험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당국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 보험사기로 보험료 할증 등 불이익을 당한 보험가입자에게 피해사실 등을 고지하는 피해구제 제도도 법정화했다. 

7년여간 손질되지 못했던 보험사기방지법의 개정은 보험사기 근절과 함께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느낀 곳곳에서 수년간 근본 처방을 담아 법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결과물이다. 그만큼 개정안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핵심 조항으로 꼽혔던 '보험산업 관계자 가중처벌'은 이번 개정안에서 빠지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적발된 보험사기 중 의료계 및 보험업계 종사자들이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터라 '개정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적잖은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증가세를 지속하다 2022년에 1조818억원을 기록,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적발인원도 10만2679명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직업별 보험사기 적발현황을 보면 모집종사자(보험업)분야에서 적발된 보험사기 인원은 2022년 1598명으로 전년 대비 35.7% 늘었다. 전체 적발인원 증가세(5.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보험업에 종사하는 회사원 역시 165명으로 같은 기간 13% 증가했으며, 병원 종사자도 작년보다 14.8% 뛴 1673명에 달했다. 전문 지식을 이용해 사기에 가담하는 보험산업 관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형평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보험업계 종사자의 보험사기를 막을 것으로 기대됐던 장치는 결국 마련되지 못했다.

민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안에서 삭제된 '보험사기 유죄 판결 확정 시 보험금 반환을 의무화한 조항'에 대한 아쉬움 역시 짙다. 현재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보험사기꾼으로부터 돌려받기 위해선 보험사기 유죄 확정 판결 후 이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나가는 법률 비용도 적잖은 데다 부당이득이 전부 반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통한 해결을 기대했으나, 보험금 반환 의무가 제외된 탓에 법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개정안 통과 후 안도의 숨을 내쉰 곳도 있다. 법안이 폐기되지 않고 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개정됐을뿐더러 보험사기 알선·유인 등 행위 처벌 근거 신설로 사전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만 정부와 업계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진정한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반쪽짜리'가 아니라 근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의 경우 시간은 오래 걸리고 깊이는 더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핵심이 빠진 대책으론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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