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강화가 답이다"···M&A 시동 거는 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강화가 답이다"···M&A 시동 거는 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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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소형사 포스증권 인수 검토중
하나·BNK금융, 취약 비은행 강화 시급
'핵심' 은행 업황 악화···비은행으로 '뒷받침'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비은행 인수·합병(M&A)에 본격 나선다. 핵심 계열사 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온라인펀드 전문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의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오후 열린 '2023년도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우리금융은 포스증권을 인수 매물들 가운데 한 곳으로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컨콜에서 우리금융 측은 "포스증권 인수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현재 규모와 상관없이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든 잠재매물을 검토하고 있는데 포스증권도 그 중 한 곳이고, 이 회사는 온라인펀드 판매 전문회사로 (인수하더라도) 우리금융그룹의 자본비율에 전혀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증권은 자기자본이 699억원인 소형 증권사로 그동안 우리금융이 인수를 타진해 온 중형급 중형사들보다는 규모가 작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리테일(개인고객) 부문에 강한 중형급 증권사를 우선 순위에 두고 매물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최근 규모가 큰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적당한 매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라이선스를 보유한 소형 증권사를 먼저 인수한 후 외형을 키우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증권의 경우 투자매매업을 포함해 투자중개업, 신탁업 등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신규 인가절차 없이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M&A를 위한 자금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5.85%로 금융당국 권고치(130% 이하)를 크게 하회했고, 주요 금융그룹들 가운데서도 가장 낮았다. 자회사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금융지주가 출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KB금융, 신한금융 등 리딩뱅크 대비 보험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하나금융지주도 비은행 M&A를 고민하고 있다. KB금융은 연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 K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지난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을 통해 생명보험업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신한금융은 2019년 외국계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후 기존 계열사 신한생명과 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이와 달리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규모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한 과제로 꼽혀왔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다만, KDB생명 인수전 무산에도 우량 비은행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M&A를 검토할 것이란 입장은 유지했다.

지방 금융지주사인 BNK금융도 비은행 인수를 공식화한 상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은 계열사로 두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없는 보험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BNK금융의 경우 과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M&A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해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지난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종합금융그룹이 되려면 은행과 증권사, 보험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현재 BNK는 미완성 상태"라며 "대형 보험사를 인수하기엔 자본비율이 낮아 작은 인터넷전문 손해보험회사나 특화돼 있는 해외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M&A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핵심 계열사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이자감면 등 상생금융이 핵심 과제가 된 상황이라 고유업무인 '이자장사'를 마냥 펼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기에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사태 여파로 각종 펀드상품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가 확산할 경우 비이자이익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

특히, KB금융이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다른 금융지주사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자, 비은행 M&A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우량 비은행 보유 여부가 그룹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PF 리스크가, 보험사는 IFRS17 영향으로 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문제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적정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과거 빅배스(대규모 손실 처리) 전략으로 몸집을 키운 금융사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룹 시너지 측면에서 효과를 낼 만한 매물이 있다면 부실 리스크가 크지 않는 한 규모와 상관 없이 인수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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