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플레이션'이 던진 경고장
[데스크 칼럼] '애플레이션'이 던진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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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사과 먹기 무섭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과일 진열대에 놓은 사과에 손이 가다가도 가격표를 보고 멈칫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보다 배(123.3%) 넘게 올랐다. 사과 도매가격은 올해 1월 17일(9만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실감하는 체감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사과 한 알에 5000원을 넘기면서 '금(金) 사과'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최근엔 사과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요가 대거 몰리는 설 명절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사과 등 과일 가격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과일 값은 전년 동기보다 38.3% 올랐다. 1991년 9월(43.3%)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급기야 정부도 지난 18일 농산물 가격이 평균 수준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간과 품목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할인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재정투입에도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애플레이션을 촉발시킨 원인을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만 몰고 가선 안 된다는 점이다. 사과의 경우 정부 비축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낀 여러 단계의 유통업체 등이 물량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유통구조 문제를 꼬집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검역 등의 규제로 당장 수입이 어렵다는 점도 가격 안정화에 걸림돌이다. 이외에도 누적된 다차원적인 원인들도 고민해봐야 한다. 

기후변화, 농촌 초고령화, 지방소멸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애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될 수 있어서다.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 사과재배의 남방한계선이 강원도 북부지역으로 북상한 지 오래다. 여기에 이상기후 탓에 수확량마저 신통치 않다. 통계청 농작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t으로, 2021년(51만6000t), 2022년(56만6000t)과 비교해 급감했다.

농촌의 초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역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하루 일당은 15만~18만원 안팎으로 형성됐는데,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농촌에서 감내하기 힘든 인건비도 문제지만,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기피 대상인 농사일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침대, 부엌 등이 딸린 주거공간 등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와도 '일손 구하기' 경쟁에 나선 농촌의 현실이다.

서민들의 대표 신선식품인 사과가 애플레이션으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한 것이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저출산, 지방소멸 등으로 점철된 '한국병'이 누적된 결과물이자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던져진 경고장이 아닐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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