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에도 스트레스DSR 연기···가계빚 관리 구멍 우려
가계부채 급증에도 스트레스DSR 연기···가계빚 관리 구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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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2단계' 시행 일주일 앞두고 두달 연기
은행 주담대 금리 최저 2%대···대출수요 '자극'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약 3년 만에 2%대에 진입한 가운데 정부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 시기마저 돌연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가계빚 관리대책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일을 기존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과정과 서민·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DSR은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스트레스 DSR 시행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어 원리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되면 소득이 적거나 다중대출을 많이 보유한 서민·자영업자의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 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2단계 규제 시행으로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이 서민들의 자금창구 역할을 하는 제2금융권 대출까지로 확대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분석에 따르면 이번 2단계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2금융권 '고(高) DSR' 차주(DSR 비율 47~50%)는 전체의 약 15%에 달한다. 이들 차주는 대부분 서민,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DSR 한도를 대부분 채웠기 때문에 2단계 규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제도권 내 '자금줄'이 끊기게 된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다음달 발표되는 만큼 대책에 따른 지원 현황을 먼저 파악한 후 2단계 규제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2단계 규제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연기한 것이 금융당국의 기존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배치된다는 데 있다. 그동안 당국은 DSR 규제를 보다 촘촘히 해 '갚을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대출을 받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기조였다. 그러나 2단계 도입을 연기하면서, 이미 빚을 많이 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DSR 취약차주들에게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는 자칫 '대출규제 완화' 시그널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회복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달 4조699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이달 들어 20일 만에 4조4054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약 3년 만에 2%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 하단은 연 2.93%, 국민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연 2.99%를 각각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어 대출금리는 계속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기마저 미뤄지면서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폐지안을 띄운 데서 알 수 있듯 윤석열 정부의 기본 기조는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는 건데, 다른 한쪽에서 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있다 보니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엇박자가 나다 보니, 그 여파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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