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카드업계, 호실적에도 초긴장 중인 세가지 이유
[초점] 카드업계, 호실적에도 초긴장 중인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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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25.5% 급증···매출 '주춤'에 비용 절감의 '불황형 흑자'
조달 비용 안정세에도 연체율 급등···대손 리스크 등 부담
경기둔화 속 영업기반 약화, 티메프 사태 등 리스크 산재
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카드사들의 표정이 여전히 어둡다. 매출 증가에 기반한 호실적이 아닌 비용절감을 통한 불황형 흑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달비용은 안정화 되고 있지만 연체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경기둔화 속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혀가고 있다. 설상가상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책임이 카드사에게까지 번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실적이 공개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의 상반기 총 순이익이 1조1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나 증가했다.

업권에선 이번 호실적의 주요 원인으로 비용 절감을 지목하고 있다. 5개사의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1조5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5개사의 순익이 감소한 2022년과 2023년 당시 연간 이자비용은 각각 38.7%, 34.4%씩 증가했었다.

비용 감소 배경으로는 과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2022년 10월 당시 6%를 돌파했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가 지난 8일 기준 3.314%선까지 하락하면서 조달비용이 크게 축소된 것이 꼽힌다. 카드업권 전반이 내실화 전략을 채택하며 비용절감에 주력해 온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실적 개선세에도 잠재된 리스크가 여전히 커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업권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연체율이다. 6월 말 기준 5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1.46%로 전년 동기 대비 0.19%포인트(p)나 상승했다. 이 중 삼성카드(1.1%→0.99%)를 제외한 4개사 모두 연체율이 상승했으며, 특히 하나·우리카드의 경우 연체율이 1.83%, 1.73%까지 악화됐다.

앞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부문을 확대했다. 그 결과 6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전년 대비 2조9888억원이나 급증한 40조6059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키도 했다.

특히 빚으로 빚을 갚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은 1조7869억원으로, 일년새 34.6%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추후 대환대출을 포함한 총 연체율이 공개될 경우 일부 카드사는 2%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상반기 5개사의 대손충당금만 1조5823억원에 달한 상태다. 하반기에도 연체율 악화 및 대손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악화된 수익기반도 우려요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체크 이용실적은 446조88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48% 증가에 그쳤다. 상반기 순익 증가세(25.5%)를 크게 하회한다.

실제 상반기 호실적에 대해 조달비용 절감 외에도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 축소나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를 통한 할부수익 증가, 지난해 실적악화의 기저효과 등이 꼽히면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용판매 자산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하반기 민간소비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등 여전히 영업환경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문 밖에서 간담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티메프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일부 참석자가 문 밖에서 간담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메프 사태 관련 리스크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 8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이 이번 티메프 보상과 관련해 카드사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권 역시 티메프 정산 과정에서 2.2% 내외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 중 2%를 카드사가 수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카드업권은 수수료 환급액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수료율이 높지 않는 데다, 거래구조 상 티몬·위메프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접점이 없는 만큼 리스크관리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피해규모가 크고 소상공인이나 이커머스 업권 전반에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에게 고통을 분담하도록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이 좋게 나온 부분은 있지만, 매출 등이 늘면서 수익이 늘었다기 보다 허리띠를 졸라 맨 결과에 가깝다"며 "당장 연체율이 늘며 다들 신경이 곤두선 데다, 휴가철임에도 소비가 이전 같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반기에도 내실 중심의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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