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에 악성 임대인 보증 가입 거부안 마련 촉구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세 보증 사고 급증에도 위험 관리에 소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 손실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의 '서민 주거 안정 시책 추진 실태'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사고가 급증한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6번에 걸쳐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이 필요하다는 HUG의 요청을 받았다. 전세보증한도가 주택 가격보다 높으면 임대인이 보증을 미끼로 전세 사기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HUG의 요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사기 피해가 더욱 심화하자 국토부는 2022년 6월에야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해 지난해 전세보증한도를 낮췄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가 2021년 10월에라도 HUG의 요청대로 조처했다면 약 3조9000억원의 보증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며 "국토부의 대응 지연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 발생과 HUG의 재정 악화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주의를 요구하고, HUG에 악성 임대인에 대한 보증 가입 거부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임대 사업자의 의무 이행에 대한 국토부의 관리 미흡 실태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임대 사업자는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차계약 신고와 임대 보증 가입 의무가 있다. 2020년 8월부터 모든 임대 사업자는 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국토부가 만든 계약서 양식에 '보증회사의 가입 거절'이라는 항목이 들어가면서 이런 의무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토부는 '렌트홈',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등의 시스템을 통해 미신고로 의심되는 사례를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지난 5년간(2019∼2023년) 약 79%의 민간임대주택이 관련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 밖에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보증 상품을 운용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고액 임대차 계약에도 상품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HF는 전세금이 일정 금액(서울 등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이상인 계약에는 가입을 승인하지 않지만, 전세금 대신 월세를 높여 보증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을 방치했다. 월세 계약의 경우 월세를 전세금으로 환산해서 계산해야 하는데, HF는 전세금만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보증의 가입 허용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은 HF의 전세대출보증에 고액 임대차 계약의 가입 승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