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티몬, 위메프 등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업무를 겸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앞으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게 된다. 정부가 타인 간 대금결제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영업 행위만 전자지급결제(PG)업으로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와 같이 내부정산을 위해 대금을 수취하는 행위는 PG업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들 업체는 금융당국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만 받게 된다.
◇PG업 겸영 이커머스 9개社, 금융당국 관리서 제외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먼저, 금융위는 PG업 범위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PG업은 계속적·반복적으로 타인 간 대금결제를 대신해주는 영업활동을 뜻한다. 그러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사실상 내부정산을 포함한 모든 정산업무가 PG업에 해당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이커머스, 백화점, 프랜차이즈, 여객터미널사업자 등과 같이 본인 사업의 일부로서 대금을 수취한 후 내부정산을 해주는 경우까지 문언상으로 PG업에 해당될 여지가 있었다. 이 경우 과도한 금융규제가 적용돼 이들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위와 같은 경우는 PG업에 해당되지 않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전요섭 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은 이날 진행한 관련 브리핑에서 "PG업에 대해 금융규제로서 규율을 하게 되면 경영건전성, 보안 등 여러가지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여객터미널사업자 등까지 이런 규제를 다 부과해야 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당국에 이커머스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로 등록된 9개 업체는 PG업에서 제외된다. 티몬, 위메프, 롯데쇼핑, 인터파크커머스,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우아한형제들 등이 해당되는데, 앞으로 이들 업체의 대금결제 행위는 PG업이 아니게 되므로 금융당국이 아닌 공정위의 관리만 받게 된다. 아울러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PG사로 따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쿠팡-쿠팡페이처럼 이커머스면서 독립된 전문 PG사를 별도로 두고 있는 경우는 앞선 사례들과 다르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쿠팡페이의 경우 쿠팡 내 자금정산을 담당하고 있지만 독립된 전문 PG사로 별도 등록이 돼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전 정책관은 "쿠팡의 경우 이커머스로서 이번에 공정위에서 마련한 대규모 유통업법에 따라 규제를 받게 되고, 쿠팡페이는 독립된 PG사로서 그대로 금융규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PG사 정산자금 전액 별도관리 의무···제재 근거 마련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의 결제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전문 PG사들에 대해서는 정산자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PG사는 미정산자금 전액(100%)을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등을 통해 별도 관리해야 한다. 이 중 신탁·지급보증보험 방식의 경우 운용범위를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급격한 별도관리 의무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규제 경과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예컨대 법 시행 후 1년까지는 미정산자금의 60%를, 2년 내 80%, 3년 내 100%를 별도 관리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또 정산자금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별도관리하는 자산의 양도·담보 제공 및 제3자의 압류·상계를 금지하도록 했다. 우선변제권을 도입해 PG사가 파산하더라도 정산자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했다.
PG사의 건전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관리·감독 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는 법령상 PG사가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PG사가 경영지도기준이나 별도관리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금융당국에서 시정요구,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의 단계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별도관리 자산을 정산목적 외 사용(유용)하거나 계약기간으로 정한 정산기한 내 대금을 미집한 경우 제재·처벌을 받게 된다.
PG사 거래규모에 비례해 자본금 규모도 상향한다. 현행법상 분기별 거래규모가 30억원 이하인 PG사는 자본금 3억원을, 거래규모 30억원 초과 PG사는 자본금 10억원을 갖춰야 하는데 자본금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한 정부안을 토대로 이달 중 공청회를 진행, 의견수렴을 거친 후 국회에 개정안(전금법)을 제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