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사건의 본질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8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고자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은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권 취득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로, 어떤 방해도 받아서는 안 되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다"라며 "타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건 지극히 합법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세조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상적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시세 외에도 인위적인 조작과 그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매집 과정에서 직전가보다 1원이라도 높으면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판단했다"며 "상대방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한 장내 매수를 할 때 절대로 고가 주문은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저가 주문만 접수한 채 마냥 기다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적법한 경영권 분쟁 방법으로 대항공개매수가 있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하며 5% 이상 장내 매집하는 방법도 있다"며 "피고인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이런 제안에도 '경영권 취득 목적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기 위해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돼 기소한 것이지, 주가가 오른 결과만을 놓고 기소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도 이날 함께 재판을 받았다. 홍 전 대표와 강 실장은 재판 시작 전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주식을 매입한 게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에 향했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변호인으로부터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받고 내달 8일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쟁점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