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3년차'···경제·노동계 모두 "문제있다"
'중대재해법 3년차'···경제·노동계 모두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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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사망자 소폭 줄어···의미있는 숫자는 '아직'
노동계 "사업주 법 조항 악용해 처벌 회피 시도"
경제계 "처벌 위주 공포 분위기···경영위축 심화"
자료사진. (사진=pexel)
자료사진. (사진=pexel)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통계적으로는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반면 경제계와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사망사고는 266건, 사망자 수는 29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사망자 수는 2.4% 늘었으나 사고 건수는 6.3% 줄었다. 다만 이는 1분기 136건, 138명에 비하면 사망사고와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명절 연휴에 따른 조업일 수 등을 고려해도 2분기 사고 건수와 사망자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중처법 시행 직전인 2021년에는 연간 사망자수가 683명으로 조사됐으나 법 시행 직후인 2022년에는 644명, 지난해에는 598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중처법이 중대재해 감소에 효과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계와 노동계에서는 모두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사망사고뿐 아니라 부상이나 장애가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기업체가 법의 허점을 사용해 책임을 회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 근로자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1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 근로자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 노동계 "기업, 법 조항 허점 악용해 처벌 회피 우려" =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와 노조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고에 '질병'이 아니라 '사고'라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당시 방사선 차단 장치(인터락)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각각 94Sv, 28Sv의 고선량 방사선에 피폭됐다"며 "피폭 강도는 기준치의 188배로 해당 근로자들은 심각한 방사선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이 사고를 중대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처리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처법에서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이번 방사선 피폭 사고의 경우 피폭된 근로자가 2명인 만큼 이를 질병으로 처리하면 중처법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게 전삼노 측 주장이다. 

특히 전삼노 측은 기업이 법의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한다면 중대재해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범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이후 중대재해로 의심되는 사건 510건 중에 실제로 기소된 경우는 10%에 불과하고,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사건도 10건에 그쳤다"며 "방사선 피폭이라는 심각한 사고를 '질병'으로 축소 처리된다면, 앞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일섭 법률사무소 권유 변호사는 "이번 피폭 사건은 위험설비의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작업자가 일시에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사고'"라며 "중처법상 부상은 사고를 원인으로 한 모든 상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의 주장은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재해이면 그 사고 경위와 무관하게 모두 질병이라는 것"이라며 "중처법상 중대산업재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노동계에서는 법 제정 당시부터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 질환과 산재로 입은 요통이 직업성 질병 범위에서 빠졌고 과로사나 일터 괴롭힘, 직업성 암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반발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경제 5단체 임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홍석준 국회의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발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경제 5단체 임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 경제계 "사업주 책임범위 모호···법 정비·일원화 해야" = 경제계에서는 중처법에서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처법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대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 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내용 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며 "경영 책임자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매우 엄한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경제계에서는 중처법과 관련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과하다"며 징역 하한 규정 조정과 '반복적인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법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총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 6월 중처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경총은 "중처법이 시행된지 2년이 넘게 경과했음에도 뚜렷한 산재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경영활동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학계에서도 중처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처법은 체계와 내용에 있어 안전원리와 법리에 크게 배치돼 형식적 안전을 조장하고 안전에 대핸 냉소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이행하기 어려운 규정과 엄벌 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공포분위기로 몰고 수사기관의 이현령비현령식 법집행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대대적인 정비를 시행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위상과 역할에 맞는 의무를 부과하고, 구성요건의 차별화 및 명확화가 이뤄질때 재해예방의 실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처법은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시행되면서 법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감소에 명확하게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시간을 갖고 추세를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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