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비중 늘었지만 3Q 침체···4Q부터 반영될 듯
HBM4 '양산 단계'···삼성전자 '추격자', SK하이닉스 '초격차'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마이크론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성적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회사의 실적이 엇갈릴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현실화될지도 주목된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 7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76억6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도 1.18달러로 시장 전망치 1.12달러를 웃돌았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호실적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도 늘어나면서 D램과 낸드가 고른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2분기부터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공급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겨울론' 보고서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나갔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3대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BM 점유율 1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HBM 매출 비중이 더 늘어나면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HBM 매출 비중이 20%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그 비중이 3분기에는 30%까지 증가해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HBM 매출이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회사의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8단 HBM3E를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E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12단 HBM3E는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렸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이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HBM을 중심으로 한 슈퍼사이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DS부문에서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사업에서는 DDR5와 고용량 SSD 수요가 지속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HBM 매출 비중도 전분기 대비 50% 이상 늘어나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 비중은 전분기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월 삼성전자의 HBM3(4세대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GPU인 H20에만 탑재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어 HBM3E 역시 8월 엔비디아의 품질검증을 통과했지만 4분기부터 공급될 전망이라 3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DS부문 영업이익 반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이 확보되지 않아 최근 미국 테일러 공장의 인력을 철수시키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분기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서게 된다.
한편 4분기 이후 양사의 실적은 12단 HBM3E와 HBM4(6세대 HBM)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2단 HBM3E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안에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의 공급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단 HBM3E 개발에서 성공해 상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HBM4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하며 SK하이닉스를 따라잡고 역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TSMC와 HBM4 개발,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