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서 3분기에만 가계빚 22兆↑···'이자장사' 비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의 반사이익을 입어 올해 3분기 4조원을 훌쩍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지주사들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으로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규모 축소를 위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줄인상 조치가 오히려 이익을 늘리는데 활용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7347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222억원) 대비 7.1%(3125억원)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4일 KB금융, 25일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4대 금융 가운데 KB금융은 1조15145억원의 순이익을 내 3분기 '리딩뱅크' 달성에 성공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1조3738억원)과 견주면 10.2%(1407억원) 증가한 규모다.
뒤이어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1조1921억원에서 1조3336억원으로 11.9%(1415억원) 늘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두 금융지주 모두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1조2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3분기(9570억원)보다 6.8%(654억원)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3조911억원으로 '3조클럽'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 순이익은 8993억원에서 8642억원으로 3.9%(351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들의 3분기 호실적 배경으로는 은행 대출 성장이 꼽힌다. 2분기 들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었던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시기가 7월에서 9월로 연기되면서, 규제 전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막차' 수요도 몰렸다.
실제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595조5738억원으로 전분기 말(573조6676억원)과 견줘 1개 분기 만에 21조906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3분기(7~9월) 가계대출 증가액(2조7522억원)과 비교하면 8배 가량 많은 규모다.
3분기 급격히 불어난 가계대출을 옥죄기 위해 금리 줄인상 조치에 나섰던 것도 오히려 은행들에 이익이 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이 있었던 지난 7월경부터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막고자 20여차례 금리를 올렸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질 때 대출금리는 올라,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4대 은행의 8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44%p(포인트)로 7월(0.33%p)보다 0.11%p 확대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권 3분기 실적에 대해 "1분기 ELS 관련 손실, 2분기 PF 추가 충당금 부담 등 대규모 일회성 요인들을 인식한 것과 달리 3분기는 일회성 요인에 따른 실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대출 성장세가 8월까지 지속되며 3분기 대출 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 실적 잔치가 이렇듯 이자장사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분석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인 것은 원래 대출의 규모를 줄이는 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대출규모를 줄이는 것보다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에 편승한 부분이 있어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