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넷플릭스 역대 최대 제작비 영화···그리고 OTT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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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루소 형제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내년 3월 공개
화려한 시각효과 볼꺼리···극장 대화면 대신 TV·스마트폰으로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티저 예고편 캡쳐. (사진=넷플릭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티저 예고편 캡쳐. (사진=넷플릭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17일 한국을 포함한 넷플릭스 전세계 국가별 유튜브 계정에는 티저 예고편 하나가 공개된다. 썸네일에는 넷플릭스 팬들에게 익숙한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스웨덴의 화가 시몬 스톨렌하그가 그린 동명의 아트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7년 가상의 시간선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모든 인류가 무의식에 빠지고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 세상에서 동생을 찾으러 떠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7일 공개된 예고편에는 디젤펑크 세계관을 잘 표현한 화려한 시각효과를 배경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갈등하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티저 예고편만으로 영화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차갑고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인간들의 관계가 빚어낸 한줄기 빛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묘한 이야기', '에놀라 홈즈'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연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등이 출연한다. 그리고 연출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등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맡았다. 

루소 형제는 마블 영화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감독이다. 특히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개봉 당시에는 주연 배우들과 우리나라를 방문해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와도 오랫동안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루소 형제는 2020년부터 영화 '모술'과 '익스트랙션'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다. 또 2022년에는 '그레이 맨'으로 넷플릭스에서 첫 연출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주목할만한 이유는, 어쩌면 이 영화가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제작비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영화의 순 제작비는 3억2000만 달러다. 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제작비 3억25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최대 제작비 기록을 보유한 영화는 '레드 노티스'와 '그레이 맨'이었다. 그런데 이들 영화의 제작비는 2억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레드 노티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배우인 드웨인 존슨과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이 출연한 영화다. '그레이 맨' 역시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가 출연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 역시 마블이 낳은 스타인 크리스 프랫이 출연하지만, 상대적으로 '스타 군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말인 즉슨 배우 출연료로 나갈 돈을 작품의 퀄리티에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제작비의 상당수를 시각효과와 소품 등에 투자한 만큼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은 상당히 비싸게 구현된 높은 수준의 시각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이 영화가 만들어진데 대한 비극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 티저 예고편. (사진=넷플릭스)
'일렉트릭 스테이트' 티저 예고편.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비극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전, 란'을 본 관객들 중 상당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서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남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만큼 일반 관객들은 대화면에서 '전, 란'을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한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개봉 영화들이 뒤로 밀리던 시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사례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이런 비극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티저 예고편만으로 느껴지는 화려하고 정교한 시각효과를 일반 관객들은 가정 내 TV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는 OTT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플랫폼으로 극장이 유일했던 시절, 사람들은 여럿이 극장에 모여 앉아 똑같은 대형화면과 똑같은 사운드 시스템으로 영화를 경험한다. 그러나 OTT 오리지널 영화는 저마다 다른 디바이스로 영화를 경험한다. 만약 집에 8K 대형 TV가 있다면 고화질로 영화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PC로 영화를 보는 가난한 가정에서는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그나마 평등했던 영화 경험이 현대에서는 빈부격차에 따라 나눠진다. 이는 OTT 시대가 만들어 낸 예기치 못한 비극이다. "영화를 보는데 디바이스의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화면에서 몰입해서 본 영화와 작은 화면으로 본 영화의 재미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비극은 OTT의 잘못도 아니고 영화의 잘못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변해버린 시스템이 만들어 낸 문제이며 그 때문에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극장과 OTT가 관객의 영화적 경험을 위해 교류해야 한다. 물론 현재로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영화산업의 여러 문제들 중에서는 그리 선행돼야 할 문제도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내년 3월 14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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