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전기 SUV A390 생산 시작···2030년까지 탄소중립 실천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1969년 준공된 이곳에서 A106, R5 알핀, 클리오 2 RS 등 다양한 고성능차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 A110을 생산 중이고, 올해 말부터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A390 제작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소재 '디에프 장 르델레 알핀 공장'에서 만난 앤 캐서린 바셋 공장장은 "공장 면적은 10만9000제곱미터(㎡, 약 3만3000평)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르노그룹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모델은 대부분 이 공장에서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셋 공장장은 "근무 인력 모두가 공장 및 생산 차량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면서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앞서, 우리가 지켜온 유산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생산 설비를 개선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생산 설비 개선에 들어간 금액은 1000만유로(약 150억원)라고 밝혔다. 그는 "적은 액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소규모 공장이기도 하고 일 평균 생산 대수 역시 20대 미만이라서 문제 될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선한 생산 설비를 토대로 오는 12월부터 A390을 만들 예정이며, 내후년쯤 공개될 전기 A110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인간·로봇 한 팀 이뤄 공정 수행 = A110 차체를 생산하는 공장 내부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알핀 유니폼을 입은 작업자들은 조립로봇과 한 팀을 이뤄 차체를 제작하고 있었다. 바셋 공장장은 "여러 공정을 인간이 절반, 로봇이 나머지 절반을 맡아 수행한다"며 "로봇을 더 많이 투입하면 좋겠지만, 소량 생산 체제 구조상 지금과 같은 비율이 알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만든 차체는 도장 과정과 부품 조립 등을 통해 하나의 차로 완성된다"고 했다.
완성된 차는 공장 내 자리한 미니 트랙과 공장 인근 시내에서 15km가량 시험주행을 마친 후 이상이 없으면 출고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는 "출고차 절반 이상은 A110 제품군 정점에 자리한 A110 R"이라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만큼 작업자 모두가 열과 성의를 다해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110 R은 일반 도로는 물론 트랙에서도 몰 수 있도록 운동 성능을 끌어올린 차량이다. 가벼운 무게, 탄탄한 하체, 민첩한 거동 등으로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목표다.
공차중량은 1100kg 미만이고,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4.7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엔진의 힘을 모두 뒷바퀴로 보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4.0초에 끝내고, 시속 284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수치들 덕분에 이 차는 프랑스인들의 드림카로 통한다.
바셋 공장장은 "내달 한국에 한정판 A110 20대가 출시되는 걸로 안다"면서 "이미 준비는 해놨고, 수입업자가 가져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 A390 생산 준비 끝···작업자 교육도 실시 = 전기 SUV A390 생산을 위한 설비는 A110 부품 조립 공장 내부 한편에 있었다. 바셋 공장장은 "차체 조립과 도장 공정, 모터·배터리 제작은 인근 르노그룹 공장에서 진행하고, 이곳에서는 최종 조립만 담당한다"며 "비용절감·효율증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A390 조립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실시했다"면서 "향후 알핀 브랜드 주력 차종으로 자리할 A390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에프 공장은 A390 본격 생산 시점인 내년, 전기 A110 공개 시점인 내후년을 거쳐 2030년까지 생산 과정 탄소중립을 실천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 2030년 이곳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은 전기차라는 얘기다.
바셋 공장장은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생산 차량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며 "생산 설비도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