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를 조기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 동안구갑)은 이날 열린 정무위 종합국감에서 금융위원회에 보낸 서면질의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일반목적재무보고의 일부로 단기, 중기 또는 장기에 걸쳐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시 내용은 4가지 핵심요소인 △ 거버넌스 △ 전략 △ 위험관리 △ 지표 및 목표로 구성돼 있다.
민 의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의 56.7%인 587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로 운용된다"며 "국민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통해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ESG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ESG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로 급속히 진입함에 따라 ESG 정보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민 의원은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ESG 정보가 부족하다면, 투자 수익률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연금도 ESG 공시를 주제로 한 각종 토론회 등에서 ESG 공시 조기 의무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으로 들어온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의견조회 최종 결과 보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조속한 ESG 공시 의무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에 발표한 ESG 공시 도입 일정을 지난해 돌연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적용시기, 적용대상, 적용범위 등을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 부담 등 기업 협회의 의견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 의원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2023 CDP 보고서에 따르면, CDP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후공시를 하는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2만3000개 이상이며 그 중 국내 기업은 875개에 이른다"며 "CDP의 질의 내용은 IFRS S2인 기후공시 기준과 100% 일치하기 때문에 CDP에 대응하는 기업은 기후공시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ESG 정보는 투자자, 기업, 고객, 소비자, 정부, 시민사회 등 ESG 시장 생태계에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의존하는 핵심 고리이기 때문에 ESG 공시 의무화가 지체될수록 우리나라는 특히 ESG 투자에서 갈라파고스화 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과 산업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ESG 공시 의무화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