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美경기지표,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등 작용
내수 취약, 대외 민감도↑···"연말까지 원화 약세 유력"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90원 가량 급등했다. 예상을 웃돈 미국 경기지표와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불거지며 달러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여기에 약해진 국내 펀더멘탈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최소 올해 연말까지 원화 수난시대가 이어질 전망이 우세하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2.2원까지 상승, 지난 6월 27일(장중 1395.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30일 환율이 1303.4원까지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10월 한달 동안 88.8원(6.8%)이나 급등한 셈이다.
지난달 달러 강세요인은 크게 두가지로, 먼저 여전히 뜨거운 미국 경기지표를 꼽을 수 있다. 9월 말 공개된 2분기 GDP(확정치)가 3%란 높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9월 비농업 고용, 소매판매 등 주요 경기지표가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9월 물가상승률도 둔화세를 이어가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됐고, 이는 미국채 금리와 달러의 동반 강세를 야기했단 설명이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내 추가 인하폭 전망치도 기존 3회에서 1~2회로 축소됐다.
10월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부상한 점도 원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대규모 감세와, 고관세 부과 등은 재정적자와 교역국 통화 절하,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영향에 9월 말 역외시장에서 100pt를 하회했던 달러인덱스는 10월 말 기준 104.3pt선까지 상승하는 강세를 보인다. 해당 기간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6%선에서 4.3%선까지 올랐다.
반대로 주요국 통화는 미국 대비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1.118달러선에서 1.078달러선까지 3.6% 가량 하락한 유로와, 달러당 139엔선에서 152.3엔선까지 8.9% 가량 절하(상승)된 엔화가 대표적이다.
특히 원화는 낮은 펀더멘탈에 발목 잡혀 절하폭이 더 컸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에도 0.1%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그간 성장세를 견인해온 수출 기여도가 0.8%p나 떨어졌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수출 중심의 경기둔화가 확인됐고,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기대가 낮다. 내국인 해외투자수요도 지속되면서 여타 통화대비 변동성이 크다"며 "위안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원화도 힘을 받겠지만, 환율 하단이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달러 강세 및 원화 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시장 관계자들은 최소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환율에 대한 개입이 이전 환율 상승기에 비해 제한적인 가운데, 경기지표마저 부진해 자체적인 상방 요인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원화 반등을 위해선 달러 약세나 주요국 통화의 반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대외요인이 여전히 강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되돌리며 9월 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선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예측은 트럼프 당선에 기울면서, 달러 강세 및 원화 약세가 최소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게 중론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영향은 단기적 변동성으로 작용하나,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이다. 달러의 추가 상승 여력은 1~2% 정도로 보고 있다"며 "현재 달러 상승세는 올해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환율도 연말 내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현재 강달러에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 실제 당선된다 해도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리스크 영향력 자체도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추후에는 미국 경기지표나 통화정책 등을 통해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