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트럼프 리스크' 지속···내년 1분기 하락에 몰표
연내 1300원 진입 소수 의견···“물가·고용지표 둔화돼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10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2기 관련 경계감이 확대되며 강달러 랠리가 지속, 저항선으로 제시된 1410원을 너무 쉽게 돌파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예상을 웃돈 상승세에, 다음 저항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엇갈리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10.0원에 개장해, 장중 1410.6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장중 1410원을 돌파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 시점인 2022년 11월 7일(장중 1413.5원) 이후 2년 만이다.
이 같은 환율 오름세의 핵심 재료는 트럼프 2기 관련 경계감이다. 보편적 관세 부과와 대규모 감세가 주가 되는 트럼프 2기 공약이 실현될 경우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반등을 야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달러인덱스와 장기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실제 미국 대선 전날인 4일 환율은 종가 기준 1370.9원까지 떨어졌지만, 개표일인 6일 1396.2원까지 오르는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2기 인선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우려가 확대, 지난주 말 장중 136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일주일도 안돼 1410원을 돌파하는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환율 오름세에 다음 저항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분분하다. 본지가 주요 증권사 연구원 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명이 상단으로 1420원을, 다른 3명은 1450원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다른 2명 중 1명은 1430원을 상단으로 제시했으며, 다른 1명은 추세적 하락 흐름을 보이며 연내 13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1420원을 지목한 전문가 3명은 트럼프 관련 불확실성이 선반영된 데다, 추가 상승시 조정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환율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반면, 트럼프 2기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진 않았다"며 "또 다른 큰 변수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현재 레벨보다 좀 더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1410원이 심리적 중앙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과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막을 재료가 부재하지만, 환율이 1410원 이상 올라가면 국민연금의 환헤지나 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1420원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NH선물의 위재현 연구원은 그보다 좀 더 높은 1430원을 상단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저항선으로 봤던 1410원이 너무 쉽게 뚫렸다"며 "해당 레벨에서 유의미한 저항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단을 좀 더 열어둘 필요가 있다. 올해 연말까지 넓게 잡는다면 1450원까지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1450원을 상단으로 전망한 전문가들도 3명이나 나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보편적 관세와 감세 등을 내세운 트럼프 2기 관련 리스크를 지목하며, 레고랜드 사태 당시 전고점(2022년 10월 25일, 장중 1444.2원) 수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를 떠올려보면 취임 초까지 달러 강세가 극단적이었고, 펀더멘탈적으로도 원화에 불리한 형국"이라며 "향후 1개 분기 정도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도 "상황만 놓고 보면 거의 다 왔지만 심리적 영향 때문에 달러가 얼마나 오를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상단을 높였으며,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트럼프 2기 관련 경계감이나 불확실성이 반영되고 있다. 고점이 형성되는 시기는 연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율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체로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환율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김찬희 연구원은 "달러 상승 재료들이 선반영되면서, 내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달러가 크게 오르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조금씩 되돌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용구 연구원 역시 "현재까지 나온 공약이나 데이터를 최대치로 봤을 때 방향성 자체는 내년 말까지 내려가는 쪽이다. 3월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정훈 연구원은 "환율이 추가 상승하려면 트럼프 2기 인선이 지금보다 강한 충격을 야기하거나 취임 직후 관세 쪽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등의 흐름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1300원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에서 그랬듯 14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반영되고 있지만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핵심 근거"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오늘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나 12월 초에 예정된 고용보고서 등이 중요하다"며 "물가 및 고용 둔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준 금리인하 관련 기대감이 다시 조성되면서 환율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상단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 1450원
향후 1개 분기 정도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1기에도 취임 초까지 달러 강세가 극단적이었고, 펀더멘탈 적으로도 원화에 불리하다. 아직까지 뚜렷한 개입도 없어, 지난 2022년 고점(1444.2원)까지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환율 상단으로 단기적으론 1420원, 이후엔 1450원 정도를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공약이나 데이터를 최대치로 봤을 때 방향성 자체는 내년 말까지 내려가는 쪽이며, 그 변곡점은 내년 3월 정도가 될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 : 1430원
저항선으로 봤던 1410원이 너무 쉽게 뚫렸다. 해당 레벨에서 유의미한 저항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단을 더 열어둘 필요가 있다.
오늘 예정된 CPI와 12월 FOMC 전까지 고용지표 등을 소화하며 베팅이 들어갈 텐데,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추가 강세 여지가 커진 상황이다. 올해 연말까지 넓게 잡는다면 1450원까지 보고 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 1420원
환율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당선일에만 30원이 오르는 등 오버슈팅 국면에 있고, 트럼프 2기 인사가 발표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진 않았다. 또 다른 큰 변수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현재 레벨보다 좀 더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1410원이 심리적 중앙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레벨부담은 커졌는데 숏포지션 쪽 재료가 많이 없다. 위안화도 많이 약해졌는데 원화도 연동되고 있어 방향성만 보면 위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 예정된 CPI가 예상을 크게 상회한다면 1410원 돌파도 불가피해 보인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 1440~1450원
최근 달러 수요가 쏠린 것엔 트럼프 당선 영향이 크다. 취임 후 정책이 구체적으로 집행되겠지만, 그전까지 경계감이나 불확실성이 반영되고 있는 구간이다. 추세적으로 볼 때 2022년 4분기 당시의 전고점 정도까진 열어두는 게 맞다고 본다. 고점이 형성되는 시기는 연말 정도가 될 것이다.
다만 재료들이 모두 소화되면 그때부터 상승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내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달러가 크게 오르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조금씩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 연내 1300원대 진입
트럼프 1기에서 그랬듯 14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계속되진 않을 것이다. 12월 들어 1400원대 추가상승 흐름이 주춤해질 것이며, 연말 중 130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반영되고 있지만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핵심 근거다.
이를 위해 오늘 예정된 CPI나 12월 초에 예정된 고용보고서 등이 중요하다. 물가 및 고용 둔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준 금리인하 관련 기대감이 다시 조성되면서 환율도 내려갈 것이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 : 1450원
상황만 놓고 보면 거의 다 왔다. 다만 심리적 영향 때문에 달러가 얼마나 오를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 12월 중순까진 변동성이 높아지는 구간이 연장될 것이다. 다만 현재부턴 위로 쭉 올라가기보다, 1400원 기준 위아래로 변동성이 클 것이라 보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1420원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막을 재료가 없다. 1420원까진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뚫는다면 전고점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 수준보다 높아질 경우 국민연금의 환헤지나 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 지지되지 않을까 한다. 전고점을 뚫을 정도라면 트럼프 2기 인선이 지금보다 강한 충격을 야기하거나 취임 직후 관세 쪽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등의 흐름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 : 1420원
최근 환율 상승세는 이벤트적 요인이 크다. 단기적으로 1420원까지 갈 여력이 있다고 본다. 다만 1410원 위로 올라가면 국민연금의 환헤지나 당국 개입이 나올 것이며, 달러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간 괴리가 커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준 인사들의 기조상 트럼프 영향보다는 물가나 고용 등 펀더멘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숫자를 보면 연준은 12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점도표도 9월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연말 기준으론 환율이 지금 레벨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며, 계절적 요인까지 반영되면서 130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