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 향후 금투세 도입 발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낮춰왔던 만큼 '악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투세는 원칙적으로 개선 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금투세 폐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투세 폐지가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낮춰왔다. 2020년 0.25%였던 증권거래세는 올해 0.18%까지 0.07%p 줄었다. 이는 금투세 도입 시 개인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2023년 증권거래세 인하로 약 4조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내년 증권거래세를 당초 예정했던 대로 0.03%p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거래세율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금투세 폐지 이후 자본시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세수 감소 효과가 낮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투세 폐지가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와 유사한 대만의 경우, 2013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도입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2015년 최종 폐지했다"며 "폐지 이후 대만 가권지수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해 추세 전환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폐지하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세까지 인하하는 것은 정부의 세수 확보 측면에서 악수"라며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세가 이를 보완해왔는데,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모두 낮추면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 매매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정책은 선진화와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증권거래세 인하가 향후 금투세 재도입 논의 재개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준석 동국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는 "금투세의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도입돼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금투세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를 기점으로 금투세 논의를 재개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