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 수혜 기대' SK에코플랜트
10대 건설사 내부 거래 비중 평균 22.5%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산업 전반이 침체하며 건설업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간 든든한 그룹사를 둔 덕을 본 대형 건설사들이 관계사들의 사정 악화로 지원을 장담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은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액을 18조원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매출액은 이보다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조5000억원 가량 줄어든 14조~17조원을 전망하고 있다.
매출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는 같은 그룹 관계사인 삼성전자의 부진 이슈가 크다. 그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지 관련 공사는 공식적으로는 경쟁입찰이지만 영업 비밀 등을 유지하기 위해 그룹사인 삼성물산이 수주를 했던 것이 관례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주에서도 삼성물산은 대규모 일감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것은 2022년 삼성전자가 22조원 규모를 투자해 짓기로 한 미국 텍사스주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축공사였다. 삼성물산은 이 한 건으로 수조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클린룸, 파운드리 등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나서면서 삼성물산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의 매출에서 '기타 특수관계자'인 삼성전자로부터 나온 매출은 약 18.2%를 차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발주처(삼성전자)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 같다"고 설명하며, 수익 개선 전략으론 "향후 주택 사업과 국내외 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아직 발표 전이지만, 그룹사와 관계없는 여러 해외 수주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사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곳은 롯데건설이다. 회사는 대형 건설사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가장 크게 겪은 곳으로 2022년 우발채무가 6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주택 사업들이 속도가 나질 않자 롯데건설은 채무를 막기 위해 그룹사의 손을 빌려야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단기로 빌려주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롯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정도로 유동성이 좋던 롯데케미칼은 이후 중국의 석유화학 시설 확충으로 판로가 막히며 업황이 안좋아졌고, 지난 2년동안 1조원 넘는 적자를 냈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로부터 더이상 신용보강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 롯데건설은 회사채 공모에서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으로 AA(안정적)등급을 받아 왔는데, 올해 2월, 7월, 10월 세 번의 공모채 발행에선 보증 없이 홀로 나서야 했다. 결국 완판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 청약을 거쳐 물량을 소화해야 했고, 시장 친화적 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반면 든든한 그룹사와 여전히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곳도 있다.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으로, 회사는 SK㈜가 보유하고 있었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 등을 지난 9월 자회사로 편입했다. SK그룹의 지원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편입된 두 회사는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는 데다가, 모두 SK그룹의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에 묶여있는 기업이다. 주요 거래업체가 SK하이닉스로,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만큼 모회사인 SK에코플랜주트 역시 수혜를 보는 구조다.
한화 건설부문 역시 재무구조가 탄탄한 ㈜한화에 2년 전 흡수 합병된 것을 계기로 사업이 용이해졌다. 합병 이전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A-였으나, 현재 건설부문을 포함한 ㈜한화의 신용등급은 A+다. 높은 신용등급을 발판으로 금융비용을 감소시키고, 영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돼 서울역 복합개발사업 등 일부 사업장에서 대규모 브릿지론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다. 또 합병에 따른 매출 견인으로 건설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조9303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490%나 뛰었다.
이 외에도 10대 건설사에 속하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 대기업 그룹사를 가지고 있고, 공생관계에 있다.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토대로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내부 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SK에코플랜트 78.8% △롯데건설 39.2% △포스코이앤씨 31.2% △삼성물산 27% △DL이앤씨 11.9% △HDC현대산업개발 5.2%△GS건설 4.2% △현대건설 3.1% △대우건설 2.5% 순이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관련 공사 매출이 잡힌 영향으로 분석된다.
내부거래란 매출액에서 '관계 기업'·'특수 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영업 비밀이나 기술 보안 문제, 또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내부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공 업체 선정에서 공개 입찰 방식 대신 그룹사 내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 등은 자칫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안 그래도 타 산업군 대비 혁신성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건설업의 혁신 경쟁 필요성이 더 부족해진다는 지적에서다.
내부 거래 비중이 평균보다 높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익명을 요청하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하이테크 사업 관련으로, 이 같은 설비 공사는 혁신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난도가 높다"며 "그룹 내 건설사가 공사를 맡기기에 가장 믿을 수 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양사가 합의점을 찾기 용이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내부 거래라하여 꼭 혁신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