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달러에도 美국채 상승 지속···10년물 4.63%
예상밴드 1460~1490원···이벤트 부재 속 시장개입 변수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재반등했다. 미국 달러 강세 압력이 견고한 가운데,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다. 연말 얇은 장에도 원화의 약세 흐름이 독보적이란 평가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12월 30일~1월 3일)은 상방 압력이 우위를 보이겠지만, 단기 급등으로 인한 경계감과 당국의 개입 가능성 등에 1470원대 강보합권에 머물 전망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7.5원 오른 달러당 1475.0원에 개장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446.0원으로 출발해 1467.5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특히 지난 27일엔 장중 1486.7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2009년 3월 16일(장중 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12월 초 계엄사태 직전 환율이 1400원 전후였음을 감안하면, 불과 한달새 80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해당 상승세의 주요인은 국내 정국 불안이다.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에 1460원대로 진정됐지만, 이날 개장 직후 1470원 중반대로 복귀한 상태다.
이번주 외환시장 역시 원화의 일방적 약세가 예상된다. 달러인덱스가 107.7pt선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63%를 돌파하며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2기 관련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완화 등이 선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유로나 파운드,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역시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엔화의 경우 12월 도쿄 소비자물가(CPI)가 예상치를 소폭 하회,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며 지난주 달러당 158엔을 돌파하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주요국 통화 약세를 감안해도 원화 약세폭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평가된다.
환경적 요인도 원화 약세 국면을 지지한다. 당장 연말을 맞아 장이 얇아진 가운데, 주요 이벤트 부재로 달러 약세 등을 이끌 대외적 변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국내 산업생산이 석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펀더멘탈 측면에서도 추가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은 원화에 우호적이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통해 "시장에서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종합하면 강달러 압력이 견고한 가운데 국내 정치불안 및 경기 둔화 전망으로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커진 형국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도 강화될 것이란 전망은 우호적이나, 주요 이벤트 부재 속 새해를 맞아 외환 거래량이 확대된다고 해도 원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번주 예상밴드는 1460~1500원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460~1495원
이번주 환율은 연말 한산한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이슈를 소화하며 상승 우위 흐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취약해진 심리 탓에 원화 약세가 과도한 영역에 진입했지만, 이를 되돌릴 계기도 부재하다.
그나마 연기금의 전략적 환헤지 물량 경계감에 상단은 제한되며 강보합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며, 이후 예정된 중국과 미국의 12월 PMI 발표 이후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1460~1480원
연말을 맞아 큰 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당장 이번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주 금요일 환율이 급등했던 시점에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1480원이 단기 상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원 :1450~1490원
이번주 연말 폐장과 새해 첫 휴장 등으로 거래가 많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국내 정치불안과 경기둔화 전망, 미국 달러화의 강세, 일본 엔화 약세 등에 환율 상방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다만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연평균 환율이나 중기 평균 환율 수준에도 상당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 대내외 상황에 따라 변동성은 상하 모두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