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형 최고 '농협銀 6.29%'···대출제한 시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면서 오는 18일부터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일제히 하락한다. 차주 입장에서는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희소식이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떨어지면 가계대출 급증세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점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97%로 전월(3.08%)보다 0.11%p(포인트) 하락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2%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2년 8월(2.96%)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시장금리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반영되는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일제히 하락했다. 2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3.42%)보다 0.06%p 떨어진 3.36%를 기록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2.89%로 전월(2.92%)보다 0.03%p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지난달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은행 예·적금, 금융채 등 수신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세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은행들은 앞다퉈 예·적금금리를 낮춰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 하단은 지난해 12월 말 3.15%에서 꾸준히 하락하다 현재 2.90%까지 떨어진 상태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 역시 지난 1월 3.0~3.2%로 3%대를 유지하다 2월 들어 2%대에 진입했다.
이날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는 18일부터 낮아진다. 코픽스를 변동형 주담대 지표로 삼는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중 최고금리는 연 6.29%(농협은행·신규코픽스), 최저금리는 연 4.19%(농협은행·신규코픽스)로 나타났다.

은행별 주담대 변동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기존 4.45~5.85%에서 연 4.34~5.74%로 최고·최저금리가 코픽스 하락분만큼인 0.11%p씩 하향조정된다. 우리은행도 연 4.43~5.93%에서 연 4.32~5.82%로 상단과 하단이 0.11%p씩 내려간다. 농협은행 역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4.30~6.40%에서 연 4.19~6.29%로 0.11%p씩 하락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도 하락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4.64~6.04%에서 연 4.61~6.01%로, 우리은행은 연 4.47~5.97%에서 연 4.44~5.94%로 상단과 하단이 모두 0.03%p씩 하향조정된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은행권이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급격하게 올렸던 대출금리도 다시 내리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금리 하락세는 토허제 해제 등으로 되살아난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대출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금융당국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어 1월 감소세(-9000억원)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주담대만 5조원 늘어 지난해 10월(5조5000억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대출관리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한편, 은행권의 선제적인 관리를 당부했다.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3월 이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금융권 스스로가 3월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의 이후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제한 조치를 꺼내들었다. 농협은행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차단하고자 오는 21일부터 서울지역 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 감액·말소 △신탁 등기 말소 등의 조건과 동시에 대출을 취급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농협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다주택자 대출 중단 등 추가 제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은행들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자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