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한국 은행들에 유로머니, 美 시장이 있나'
[전문가 시각] '한국 은행들에 유로머니, 美 시장이 있나'
  • 마스터관리자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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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시장 폭증이 대형화 전제'
대형화 정책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소, 노동계, 금융권 일각 등 각계 의견들은 대부분 수긍이 가는 내용이지만, 현 정부나 인수위는 이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민주당은 14일 공개 공청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여론을 형성할 예정이고, 공자위는 이틀 후인 16일 공자위 전체회의를 열어 신한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할지 논의를 벌인다. 조흥은행 매각과 은행 대형화 정책은 이번 주가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는 겸업화 전제 대형화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가 시대의 조류라며 따라야 한다는 금융기관 대형화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해외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합병 및 대형화 트렌드는 분명히 겸업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의 대표적인 성공한 은행 합병 사례는 미국의 시티은행처럼 상업은행+투자은행의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주택, 신한+조흥처럼 대표적인 소매 상업은행간의 합병이 주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대형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이업종간 겸업화를 위해 그룹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권고도 있다. 시장상품 판매, 방카슈랑스 등 겸업화를 통해 이자수익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략적 제휴 등 무작정 합병이 아닌 다른 방식이 선호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시장데피니션(definition) 변화도 없어

은행산업의 시장 크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수 합병을 통해 대형화가 큰 조류가 되었지만 우리의 경우는 여전히 은행은 내수산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경우는 EU 탄생에 따른 시장 통합과, 12개국의 유로동맹 탄생에 따라 국내외 시장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배경이 은행 대형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도 주 단위로 영업을 제한하던 규제가 철폐되면서 타지역 은행을 인수해 영업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주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작해야 북한 정도가 당장 넓어질 수 있는 예상 시장이고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스페인의 대형 은행들이 남미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양 지역은 언어나 문화, 역사가 비슷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비전에 불과하지 당장 가시화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2위권 은행 자산규모 1위의 절반...시장 구조 왜곡

어찌됐든 대형화를 이룬 선진 은행시장과 우리시장의 구조도 너무 다르다는 주장이 많다. 즉, 대형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해외 은행들은 한 국가에 2-3개의 초대형 은행들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반면, 우리는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과 2위인 우리금융의 자산규모가 거의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국민은행과 필적할 수 있는 은행 1 - 2개를 키워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수립해 대형화와 함께 은행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처럼 2위권 은행들을 양산하는 방식은 결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은행 대형화에 참여하는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은행 전문가는 급박한 금융위기가 진행되지 않는 한 정부가 나서서 은행 산업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며 지금은 IMF 외환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으로 말 그대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복합점포 허용 등 규제 완화에 더 주력해야

또한 금융당국의 규제 및 방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화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동일 금융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 상품 등을 다양하게 취급할 수 있는 복합점포 허용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다.

즉, 예대마진이 하락하고 자금운용처가 마땅지 않은 우리 은행들은 자본력까지 취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업종 상품을 다양하게 다루게 해줘, 수익성 및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산업의 전선은 은행 안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증권, 보험 등 이업종과의 사이에 걸쳐 있다며 무모한 은행 대형화 논리의 허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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