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 재편, '대마불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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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리금융 민영화 "예정대로"
정부주도 '비판'…리스크 확대 우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를 필두로 국내 금융산업의 외형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금융산업 선진화 방안이 뜻하지 않는 미국발 암초에 부딪쳤다.

정부는 일단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라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 등의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가열될 소지가 적지 않다.

■"선진국과 발전수준에 차이"
이번 논란은 미국 정부의 '볼커룰(Volcker Rule)'이 발단이 됐다. 이 법안은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의 '대마불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고위험 투자는 물론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IB부문의 리스크가 CB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CB(상업은행)와 IB(투자은행)를 분리토록 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우리금융지주 및 산은지주의 민영화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최근 산업은행의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가 돌연 무산되면서 우리 금융시장 역시 '볼커룰'의 영향권 아래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의 금융규제안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금융 및 산은지주의 민영화 역시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으로 가장 유력시 되고 있는 것은 하나금융지주 등 여타 금융지주사와의 대등합병이며, 산은지주의 경우 국내외 상업은행 인수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CIB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국 금융이 처한 상황은 선진 금융시장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어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며 기존 방안의 골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판 대마불사' 논란
일각에서는 그러나 우리나라가 올해 G20 의장국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선진 금융시장의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과 상반된 길을 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국내 금융지주사간 합병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메가뱅크' 도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경영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스템 리스크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안의 안정적인 정착 역시 대형화에 앞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은행권 내에서도 '메가뱅크'의 실효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민유성 산업은행장(겸 산은지주 회장) 등 국책은행 CEO에 이어 일부 시중은행 CEO도 국내 은행간 M&A(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윤 행장은 "양적확대 위주의 규모의 경제보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및 글로벌 선도은행 등 분야별 선도은행의 경쟁구도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왔으며, 민 회장은 "대형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경우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논리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M&A를 추진할 경우 나중에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에 순조롭게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며 "원칙에 따라 내실을 기하면서 가다보면 여러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자칫 국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 금융노조도 논평을 통해 "금융규제가 크게 완화될 경우 한국 금융시스템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대마불사'식 대형화 및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겸업화 등과 같은 규제완화는 금융위기의 폭발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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