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런 '시작'?…자산운용업계 '비상'
펀드런 '시작'?…자산운용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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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1조 310억원 순유출, 3년 3개월來 최대
업계, 세제혜택 부활 요구…당국은 '묵묵부답'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안착하자 주식형펀드에서 한꺼번에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펀드런 우려가 재확산 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부터는 환매 규모가 더욱 급증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우려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700과 1800선 사이에 펀드를 설정한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펀드 환매는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장에 덜 민감한 적립식 펀드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펀드 환매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펀드환매 대책반까지 구성하며 세제혜택 등 대응방안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당분간 환매 지속"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는 5307억이 순유출 됐다. 역대 두번째로 많은 유출을 기록한 지난 2일 5003억원의 기록을 1거래일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유출 규모는 2006년 12월21일 9천232억원 이후 3년3개월여만에 최대치다.

더욱이 지난 3월부터는 환매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지난달 4일 코스피 1600선 안착을 확인한 후 단 하루(3월22일)를 빼고 모두 자금 유출을 지속했으며 이 기간 2조6228억원 순유출됐다. 해외주식형 펀드도 630억원이 순유출되며 22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같은 대규모 환매 기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환매가 차익성 성격을 띤 만큼 지수가 상승하면 환매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중 50.09%에 달하는 37조2000억원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상회할 때 설정됐다. 이 중 코스피지수가 1700~1800 사이에 유입된 금액은 9조6441억원에 달한다. 1800~1900사이 유입금액은 12조1151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펀드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이같은 환매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넘었을 때는 2조 4000억원이 빠졌다"며 "주가지수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올해 4월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주가가 크게 올랐다 급락한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로 환매 욕구가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비상대책반 구성
이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주식형펀드 환매 특별대책반'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책반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수탁고 상위 5개 운용사 사장단과 국민은행 등 판매고 상위 2개 판매사 담당임원이 참여한다.

이들은 펀드 환매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펀드투자 장애요소 제거 해외펀드투자 활성화 사례 적용, 펀드판매 환경조성 등에 대해 조사한 뒤 정책당국에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지택 금투협 집합투자시장팀장은 "미국ㆍ영국 등에 자녀교육자금 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이 있는데 이를 벤치마크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업계에서도 내놓을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세제혜택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책을 금융당국에 건의하고 있지만 당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특별대책반을 설치해도 환매를 막을 뾰족한 수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며 "세제혜택과 같은 직접적인 대응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당국에서는 아직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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