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정비사업체, 용역 가장 '뇌물고리'
건설사-정비사업체, 용역 가장 '뇌물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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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건설사 1곳.조합장 가담..페이퍼컴퍼니 용역계약 '돈세탁'
검찰, 정비사업 20여곳 수사 확대..구조조정 건설업계 '긴장'

주택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건설사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정비사업체) 간에 '뇌물 고리'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6일 현재까지 확인된 뇌물 고리는 대형 건설사 3곳과 정비사업체 1곳, 뇌물 액수만 16억원을 넘는다. 구속된 재개발 조합장 1명도 건설사와 정비사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 1곳은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굴지의 건설사다.

검찰 수사 결과 대표와 임직원 2명이 구속된 A정비사업체는 막강한 시공사 선정 영향력을 앞세워 건설사에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서울의 한 재개발정비구역의 경우 A업체가 정비사업체로 선정됐으며 C건설사에 10억원을 요구해 8억7천만원을 받았다.

결국 이 구역의 시공사는 C건설사로 정해졌고 나머지 대형 건설사 2곳도 모두 시공사로 선정됐다.

C건설사는 국내 10대 건설사중 한 곳이지만 사실상 시공사 선정 권한을 가진 정비사업체의 요구에 맥없이 응하고 말았다.

A업체는 시공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B업체 등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 3곳을 만든 뒤 시장 조사 등 용역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며 뇌물을 받아 돈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서류상 회사 3곳에 운영자가 있지만 사실상 구속된 A업체의 김모(46) 대표가 직접 관리했다고 밝혔다.

B업체는 김 대표와 공모한 김모(26)씨가 주식납입금을 은행계좌에 입금했다가 회사 등기를 마친 뒤 곧바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설립했으며, 나머지 두 곳은 김 대표의 처남(40)과 A업체 직원인 이모(38)씨가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C건설사가 이 재개발정비구역과 관련해 B업체 등 서류상 회사 두 곳과 용역계약을 맺은 뒤 두 업체의 법인계좌로 4억4천만원과 4억3천만원을 각각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일단 A업체 임직원 3명과 서류상 회사 운영자 3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에게 뇌물을 준 대형 건설사 3곳의 법인계좌를 압수수색해 뇌물고리가 더 있는지 확인에 나서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건설사-정비사업체의 뇌물 고리에는 어김없이 재개발 조합장도 가담했다. 검찰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합장 1명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먼저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A업체가 서울 상계를 포함해 부천, 파주 지역 재개발정비구역 20여곳에서 정비사업체로 선정된 사실을 중시, A업체가 진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뇌물고리가 추가 확인될 경우 '구조조정' 한파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또 한차례 '재개발 수사' 폭풍이 몰아닥칠 전망이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 수사대상에 포함된 건설사중 한 곳은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A정비사업체는 시공사 선정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악용해 거액의 이권을 챙기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라며 "A정비사업체가 건설사에서 받은 돈의 사용처도 철저히 밝혀 재개발정비사업을 둘러싼 뇌물 고리를 끝까지 확인해 근절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비사업체는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위임을 받아 사업성 검토, 설계자와 시공사 선정에 관한 업무 지원 등을 대행하는 업체로, 행정기관의 주택담당 공무원과 같은 직무를 수행해 사실상 시공사 선정 권한을 갖고 있으며, 비리 방지를 위해 시공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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