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제도 시행 1년, 덩치만 크고 실속은 없다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 1년, 덩치만 크고 실속은 없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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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전체시장 40% 불구 도입 취지 ‘퇴색’
졸속 행정 후유증 심각, 이해관계 대립 ‘홍역’


금융기관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방카슈랑스는 예상대로 가파른 시장 확대로 눈부신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보험료 인하 등 도입 취지가 퇴색되면서 실속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졸속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 금융기관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초회보험료 43% 육박

지난해 9월 3일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 이후 지난 7월 현재 18개 시중은행의 전체 초회보험료는 2조8천8백31억원, 판매건수는 787,831건을 기록했다. 이가운데 생명보험 상품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의 90%를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생보시장에서 40%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과 1년 남짓한 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히 빠른 시간에 보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판매 실적이 일시납 저축성 및 연금보험 판매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지만 기존 시장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대형 은행의 시장 독점도 문제다. 국민은행은 같은기간 초회보험료가 8천740억원으로 생명보험시장의 10%대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신한은행도 각각 8천740억원, 3천496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신한은행도 4천198억원으로 보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대형 시중은행들은 현재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자회사 설립, 시장 확대를 위한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료, 기존 상품과 비슷

방카슈랑스 상품은 은행 등 금융기관 창구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통상 보험료가 통상 10% 정도 인하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은행 및 보험사간 판매 제휴 체결시 시장 지배력 등 상품 경쟁력에 따라 판매수수료가 차등 적용되고 일부사의 경우 설계사 수당에 버금가는 수수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단계 상품인 저축 및 연금보험의 경우 보장성보험에 비해 저축개념이 강해 사업비가 적게 부과된다. 따라서, 기존 상품에 비해 사업비 인하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에 맞는 보험료 책정이 아닌 기존 상품과 같은 수준의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상품을 개발하면서 기존 상품과 차이가 없는 사업비 부과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업비가 적은 저축성 및 연금보험 상품 특성상 큰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완의 제도…불신만 키워

방카슈랑스 제도는 도입 이전부터 판매 상품, 제휴 체결 등 판매 방식 등과 관련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지난 2001년 개정 보험업법에서 도입 시기가 확정된 뒤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결국 정부의 졸속 제도 도입이 금융기관들의ㅏ 제도 불신을 가중시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단계 상품 판매, 금융기관의 특정보험사 상품 판매 50%이상 판매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도 은행 및 보험업계 등 금융기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은행 및 보험업계가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연기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4월 2단계 상품 판매가 예정대로 도입될 경우 또 다른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50%룰도 당초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보험사의 보호라는 취지보다 오히려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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