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4년 만에 첫 감소'···올해 2%대 성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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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2천달러 '4.1%↓'·성장률 2.0%
명목 GDP 1.1% '외환위기후 최저'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달러 기준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와 같은 2.0%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3%로 속보치보다 0.1%p 증가했지만,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2% 성장세가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국민 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이는 2015년(-1.9%) 이후 4년 만에 첫 감소로, 2017년(3만1734달러) 처음으로 3만달러대에 진입한 뒤 2018년 3만3434달러로 증가했으나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감소폭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5% 늘어난 3735만6000원이었지만, 1998년(-2.3%) 이후 가장 둔화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값으로,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 국민의 경제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인식된다. 지난해 경기 체감에 가까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0.9%) 이후 가장 낮은 1.1%를 기록해 실질 소득을 밑돈 가운데, 원화 약세가 달러화 표시 소득을 끌어내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자체가 전년(2.7%)에 비해 둔화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면서 대외 경제상황이 안좋아졌고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도 하락했다"면서 "이런 영향으로 명목 GDP가 떨어진 것이 전체적인 국민소득 감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속보치와 같은 전년 대비 2.0%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간신히 2%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나마 2%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소비가 크게 늘어나서다. 지난해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6.5% 증가하면서 2009년(6.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로 2013년(1.7%) 이후 최저였다. 그 결과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5%p, 민간은 0.5%p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이 전년 3.5%에서 지난해 1.7% 증가로 그쳐 2015년(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설투자는 -4.3%에서 -3.1%로 감소폭이 줄었지만 조정국면이 지속됐고, 설비투자는 -2.4%에서 -7.7%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2009년(-8.1%)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3%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17년 3분기(1.5%) 이후 최고 수준으로 속보치와 비교해 0.1%p 상향조정된 것이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0.3%p) 등이 하향 수정된 반면 설비투자(1.8%p), 건설투자(0.7%p), 민간소비(0.2%p) 등은 상향 수정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0.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2분기 1%로 반등했으나 3분기 수출·투자 감소 영향으로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 영향으로 올해 2%대 성장률을 전망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p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올해 1분기에 충격이 상당히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해다. 

국내 성장률이 2%를 밑돌았던 것은 한국전쟁 직후 농산물 흉작 피해가 극심했던 1956년(0.7%), 제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7%)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한은은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올해 1~2월 상당 수준 반영될 것으로 보면서도, 아직 모든 것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성빈 부장은 "현 시점에서 경제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과 수출입자료밖에 없다"면서 "이마저도 코로나19 영향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원 경제통계국 국민소득 총괄팀장은 "통상 1~2월은 설연휴 효과로 영업일수 차이가 커 평균을 내 보는 것이 더 적절한데, 올해 1~2월 통관 수출 평균은 -1.3%로 전년(-15%) 대비 감소폭이 줄어 코로나19 확산에도 수출 쪽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원 팀장은 "내수 관련으로 정확히 코로나19를 반영한 지표는 없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내수는) 안좋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 등 전업계 카드사 8곳의 2월 1∼23일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28조2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한 달 승인액(51조3364억원)보다 45%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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