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①] 시대변화를 읽은 IT천재,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다
[위기의 카카오①] 시대변화를 읽은 IT천재,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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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출신 IT맨, 퇴사 후 벤처 창업 길 들어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출시···아이폰 업고 성공
메신저 시장 독점에 급성장···출범 5년만에 '대기업'

우리나라 벤처 성공신화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던 카카오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몰락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서비스가 먹통이 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낮은 주주환원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샀고, 쪼개기 상장과 매각 시도에 노조의 반발을 샀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큰 사고가 오기 전 찾아오는 몇 가지 작은 징후였을까? 그렇다면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는 카카오에 찾아온 재난의 정점일까? 아니면 더 큰 재난의 징후일까? 그 해답은 과거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카카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되짚어가며 재난의 징후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벤처 성공신화'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 창업주가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김 창업주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창업주는 현재 카카오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CA협의체 내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카카오의 지분 13.2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카카오 내에서 김 창업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김 창업주가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사상 첫 '사법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쪼개기 상장, 갑질, 서비스 장애 등으로 논란이 됐던 카카오는 유래없는 대형 악재를 떠안게 된 셈이다. 김 창업주는 이 같은 악재로부터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 창업주는 198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입학해 동대학원 석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이후 삼성데이타시스템(現 삼성SDS)에 근무하다 퇴사해 1998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어 2000년에는 한게임을 삼성SDS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해진 총수의 네이버와 합병시키고 NHN 공동대표가 된다. 

이어 2007년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고 2~3년 가량 휴식기를 갖던 김 창업주는 2010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선보인다. 그리고 카카오톡은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둔다. 

애플이 아이폰이 처음 공개한 것은 2007년 1월이었다. 그러나 한국에 공식 출시된 것은 그로부터 2년 이상 지난 2009년 11월이었다. 아이폰의 출시와 카카오톡의 등장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 전까지 네이트온이나 버디버디 등 PC 메신저가 중심이었던 시장에서 카카오톡은 모바일 기기의 급진적인 진화를 가져왔다.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사세를 키운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했다. 당시 공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것이었으나 인수 후 최대 주주가 김 창업주가 됐고 다음의 법인이었던 다음카카오가 사명에서 '다음'을 떼버리면서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이때 합병으로 다음을 이용해 우회상장한 셈이 됐다.

이후 몸집이 커진 카카오는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벤처 스타트업 출신 IT기업으로는 첫 대기업집단 지정이었다.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에 제한을 받는다. 또 비상장 계열사들의 중요사항을 수시로 공시해야 하는 등 공시의무도 강화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카카오를 지배하는 동일인(총수)으로 김 창업주를 지정했다. 

앞서 카카오는 2016년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을 충족했으나 2017년 대기업집단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서 제외된 바 있다. 2018년 기준 카카오의 자산총액은 10조6000억원이었다. 

대기업집단이 된 카카오는 2024년 기준 재계 순위 1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산총액은 35조1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00억원 가량 늘었다. 계열사 수는 128개로 재계 서열 상위 20위권 내 기업집단 중 SK그룹(219개) 다음으로 가장 많다. 이는 지난해 147개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계열회사 수가 많아진데는 2010년부터 카카오톡을 앞세워 메신저 산업을 독점한 후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산업 전분야에 진출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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