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회식합시다
[김무종의 세상보기] 회식합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턴가 회식 모임이 사라졌다. 공식적인 자리를 잠시 피해 서로 사적인 얘기도 나누며 의기투합해 보자던 긍정의 회식 자리는 남녀간 발생할 문제 등 아예 사전에 피해보자는 취지로 애꿏게 기업에서도 권장되지 않는 자리가 됐다.

이러던 차에 탄핵 정국으로 모임 자리는 더 위축됐다. 최근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일에는 여의도에서 빠져나온 인파가 마포·공덕 등 인근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식당들이 모처럼 손님 대응에 분주했다. 대부분 인건비 등으로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서비스로 나오는 계란찜 제공 등은 연이어 불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것도 잠시뿐. 

계속되는 경기위축 분위기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 사태에 이르러 연말연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이 지경이 되자 지자체별로 지역경제의 비상 상황을 선포하며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렸다"며 "정치권은 앞으로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면이 전환된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도 안심하고 거리를 밝게 비추는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필자가 대학 동기들과 송년모임을 갖고자 미리 정했음에도 계엄직후여서 참석자는 반토막이 났다. 신년회로 대신할까 하다 송년모임을 갖자고 제안한 이가 있어 잡았음에도 이 분위기에 모임에 나와야 하나 고민했을 친구들이 있었을 것 같다.

내수 감소는 이미 예견될 일이었다. 내년도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소상공인들 주름은 쉽게 펴지지 않을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투자활성화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지자체의 수요와 특성을 살린 교통인프라가 전국 각지에 원활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교통시설 지원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엄중함에서 비롯된다. 도로망 예산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시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현 경제상황을 보는 시급함이 우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게 권한 이양을 앞당겨 투자와 예산집행이 빨리 이뤄지도록 한 대목은 긍정적이다.

최 부총리는 앞서 국회에서 "외국인 방문객 숫자라든지, 수출은 큰 변화를 단기적으론 아직 안 보이고 있다. 카드 사용량은 좀 줄어드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경기심리지표는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들도 상황이 되면 연말연시 회식모임에 적극 나서 주변 상공인들 어려움을 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술자리라면 취기에 2차, 3차 자리를 강요하는 등 정도를 넘어 주변에 민폐 없이 건전한 모임으로 올 한해 마무리 잘 되시길. 비상계엄까지 정말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서울파이낸스 부사장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