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세 등 영향으로 지방·비아파트 주택 처분한 다주택자
10대 건설사 6곳, 내년 지방 분양 계획 없거나 크게 줄여
"실거주아니면 주택 구입 힘들어···인기 지역만 수요↑"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 내년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 정부는 앞서 다주택자 세 부담 완화를 포함, 임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계획했지만, 대통령 임기 내 제도 손질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정 지역'과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며, 심화된 지역 양극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2.8대 1(12월 2주 차 기준)로 조사됐다. 이는 인터넷 청약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쟁률은 279.7대 1을 기록해, 서울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부진 속에 청약 미달 사태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올해 지방에서는 일반분양 6만295가구에 37만916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29대 1에 그쳤다. 이는 2013년(2.11대 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부 지방의 경우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지역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4.42%가 올랐고, 수도권은 1.89%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광역시 중 가장 큰 부산의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2.56%이었으며, 행정 기관 이전으로 부동산 투자 '붐'이 일었던 세종(-6.18%)과 미분양이 난 대구(-4.43%) 등은 크게 하락했다.
서울 내에서도 부의 격차는 지속 커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면 2019년 3.3㎡당 2877만원이던 강남3구 평균 분양가가 올해 6693만원으로 2.3배 증가하는 동안, 노동강(노원·도봉·강북구)의 평균 분양가는 1.1배(2251만원→2537만원) 증가에 그쳤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5년간 사실상 노도강에선 집값이 제자리걸음 한 것이다.
12월 둘째 주 기준 아파트값도 △중랑구(-0.04%) △관악구(-0.01%) △도봉구(-0.01%) 등에서 전주 대비 내리는 동안 △서초구(0.11%) △강남구(0.1%) △송파구(0.09%) 등은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르며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중이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의 원인은 여럿 있지만, 2018년 시작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와 청약 불이익 등이 본격화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딘 지방과 수도권 내 주택을 처분하면서, 서울, 특히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특정 지역 내 아파트 한 채만 남기면서 지역 선호가 집중됐다.
이어 전세 사기 사태가 터지며 빌라 기피 현상이 커져 임대 시장이 가라앉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와 대출 규제 등이 더해져 부동산 시장이 '투자'보단 실거주 목적의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임대 안정을 위한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계획했다. 그러나 그간 야당의 비협조로 관련 정책 중 대부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탄핵 정국을 맞이하며 실현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금리마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고 집값을 띄울 수 있어서다. 현재 임대 사업용 빌라 등의 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의 부동산 투자 상품들은 모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서울 중심권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양호한 상황이지만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는 아니다.
지방 주택 시장 역시 청약 흥행 실패와 더딘 미분양 해소에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8307가구로, 이 중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이렇다보니 내년 분양 계획을 발표한 10대 건설사 7곳 중 6곳이 지방 분양 계획이 없거나 올해보다 공급량을 줄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1만1009가구였던 지방 분양을 내년 6375가구로 줄였으며, 롯데건설(8098가구→2100가구), 포스코이앤씨(1만2503가구→5386가구)로 크게 줄였다.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지방 분양 계획이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지면 똘똘한 한 채인 인기 지역의 아파트로 자금이 다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결국 인기 지역에 주택이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는 한, 똘똘한 한 채의 집값 상승과 지역 양극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책을 살펴보면 실거주가 아니면 주택 구입이 힘들게 돼 있다"며 "취득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이 수익률이 낮은 지방 부동산에 투자할 이유가 더 없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도 "세금 규제 등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자의 자유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지금같이 불확실성이 클 때일수록 똘똘한 한 채로 투자 중심을 옮겨야 한다. 매수할 때는 눈을 높여서 가장 확실한 것을 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