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국민연금이 석탄 매출 비중 50% 이상인 기업에 대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같은 '석탄 투자제한 전략'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지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성명서를 내고 "지난 2021년 5월말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지 3년 7개월만에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전략이 나왔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좌초자산으로 인한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찾아볼 수 없어, 3년 7개월이 무의미하고 낭비된 시간이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제8차 기금위 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회의에서 심의·의결 된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에는 탈석탄 선언과 관련된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포함됐다.
기금운용본부는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게 된다. 대화 이후에도 기업의 에너지 전환 개선이 부족한 경우에는 기금위 의결로 투자를 제한하게 된다. 다만 해당 기업이 발행한 녹색금융상품에는 투자가 허용된다. 해외자산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시행하고, 국내 자산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확인할 수 있는 2030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금위가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을 50%로 설정하면서 3개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49.99% 기업은 석탄기업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줬다"며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국내 석탄 기업 전반의 에너지 전환을 지체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를 매년 제시하는 비영리기관인 우르게발트는 20%를 제시하고 있고, 지난 2022년 4월 국민연금 기금위에 올라간 석탄 관련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는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주요 연기금(ABP, AP, GPFG) 및 글로벌 금융기관(BlackRock, Allianz, UBS)도 20% 혹은 30% 이상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사회 등에서는 국민연금에 30%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후위기 심화, 좌초자산 우려 등을 고려해 향후 정량기준을 언제든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 제한 혹은 배제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기업 관여활동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30년까지 국내 석탄기업과의 비공개대화의 핵심 사안인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도 문제 삼았다. 즉 전환계획의 평가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린워싱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파리기후협약 1.5도에 부합하는 엄격한 전환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를 위한 관여활동의 강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와는 달리 정량 기준 50%인 국내 석탄 기업의 경우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비공개대화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5년의 기간은 너무 길다며 이에 대한 단축을 요구했다. 또한 2030년기업과의 대화 연장 단서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안이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기금위가 시장충격,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대화기간을 연장해 줄 수 있는 만능 카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에 대한 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번에 기금위에서 석탄투자 제한 전략안을 마련해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역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자 좌초자산 우려가 높은 석유 및 가스가 남는다"며 "국민연금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민연금 자산포트폴리오의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한 후 관여활동, 화석연료 투자 제한 및 비중 조정,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배출량을 감축해 나가는 것을 통해 2040년에는 포트폴리오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