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보험사, '킥스 150% 룰' 완화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초점] 보험사, '킥스 150% 룰' 완화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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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비율 권고치, 130~140%로 하향 조정 예상
"자본의 질 높여라"···높은 후순위채 의존도에 '발목'
자본부담 경감은 긍정적···단기 부담 확대는 불가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7차 보험개혁회의 및 보험개혁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7차 보험개혁회의 및 보험개혁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받은 보험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의 권고치가 하향 조정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자본의 질'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자본비율을 맞추고자 후순위채에 의존했던 만큼, 보험사들 입장에선 날벼락이란 반응도 나온다.

◇지급여력비율 권고치 150→130~140%로 하향 조정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하루 전인 11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제7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논의된 내용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보험사 재무부담의 완화다. 지난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당국은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판단하는 지표를 부채평가시 고정할인율을 적용하는 RBC 비율에서 시장금리 기반 할인율을 적용하고 리스크 측정이 세밀해진 K-ICS로 변경했다.

그 결과 보험사가 적립해야 하는 요구자본이 급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 말 RBC 제도 하에 보험사들의 요구자본 규모는 67조9000억원이었지만, K-ICS 도입 이후인 작년 9월 말 기준 요구자본 규모는 118조9000억원으로 두배 가량 폭증했다.

보험사들은 과거에 설정된 감독기준(지급여력비율 150%)을 맞추고자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을 늘려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8조6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4%나 급증했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재무부담이 확대됐고, 역대 최대실적에도 배당여력이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권고치를 현행(150%) 대비 10~20%p 가량 인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실무 TF 및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최종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본의 질 높여라"···기본자본비율 규제 도입에 '비상'

문제는 당국이 기본자본비율에 대한 규제를 들고 오면서다. 이날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를 마련하고, 경영실태평가 등 적기시정조치 요건으로 도입·공시를 강화해 자본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영구적 자본인 기본자본과 다르게 보완자본은 일정기간 이후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띤다. 특히 후순위채는 만기가 임박할수록 자본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줄어드는 단점을 지녔으며, 손실 발생시 원리금 지급이 필요해 기본자본 대비 손실흡수능력이 낮게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들의 보완자본 의존도는 급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 전체 지급여력비율(K-ICS) 평균은 218.3%로 2023년 말 대비 0.7%p 하락에 그쳤지만, 기본자본 K-ICS비율은 132.6%로 같은 기간 12.5%p나 급락했다.

단적으로 작년 한해 발행된 자본성증권 중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 규모는 6조1500억원으로, 작년 전체 발행 규모의 71.1%에 달한다. 나아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기준 국내 22개 생보사 중 11개, 11개 손보사 중 7개가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비율 막는데 '급급'···보험사 후순위채 의존도 '쑥'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집중한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통상 기본자본을 늘리는 방안으론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보완자본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후순위채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주주총회에서의 승인이나 금융당국 신고 등의 절차가 복잡해 많게는 수개월 이상 소요되며, 주가가 저평가 됐을 경우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이 제한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자본성증권 중 신종자본증권 대비 후순위채 선호도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구채인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일반 채권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후순위채보다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발행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손실부담이 커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게 되며, 발행금리도 높아 이자부담이 크다.

단적으로 작년 교보생명이 발행한 자본증권의 조건을 보면 신종자본증권은 신용등급은 AA0, 표면이율은 4.6%인 반면, 후순위채의 신용등급은 AA+, 표면이율은 4.3%로 나타났다. 3개월 가량의 발행 시차를 감안해도 후순위채의 발행조건이 좀 더 낫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작년 하반기 들어 계리적 가정의 변경 등으로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이에 자본확충이 시급해졌고, 접근이 용이한 후순위채의 발행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부담 경감 긍정적 vs 단기 부담 늘 것"···엇갈린 반응들

이번 자본규제 개편안에 대해 업권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본비율 권고치가 낮아진 만큼 자본확충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재무부담이 경감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채권들의 만기 도래시 차환발행 대신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부담도 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제도 개편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후순위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이자부담도 커졌고, 발행조건도 안 좋아진 측면이 큰 것 같다"며 "자본비율 기준이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내 기본자본을 확충하긴 어렵다고 본다. 기본자본비율이 낮은 보험사일수록 부담을 크게 느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멀리 보면 숨통이 트인 셈이지만, 단기적으론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은 후순위채의 조기상환도 제한적일 것이며,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시간이 꽤나 걸리는 작업이다. 결국 당국이 제시한 기본자본비율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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