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투협, 투자자보다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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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이달부터 파생금리 제공 서비스를 중단한다. 지난달 31일 금투협 채권정보센터(KOFIA BIS)는 파생금리(IRS, CRS)의 정보제공을 11월부터 중단한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우고 이같이 공지했다.

앞서 금투협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파생금리를 공시해왔다. 외국환 중개회사 '프레본'을 통한 공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금투협은 이번 결정이 비용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행 국고채 및 회사채 금리는 금투협 자체 데이터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지만, 파생금리는 외부 데이터라는 점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이 때문에 금투협은 지난 10월31일자로 외부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가격조율에 실패해 파생금리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투협의 파생금리 공시서비스는 일반투자자가 무료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금투협의 이번 서비스 중단으로 일반투자자가 당일 파생금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코스콤이나 본드웹, 인포맥스 등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현재 블룸버그(www.bloomberg.com)가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파생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각 채권의 티커(Ticker)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가 해당 티커를 일일이 알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투협 BIS는 일반투자자가 파생금리를 무료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던 셈이다.

특히 IRS(Interest rate swap)금리는 해당 커브 안에서 선도이자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도 시장기대율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향후 금리 전망치가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국내 채권시장은 여전히 기관들의 리그라는 점에서 이번 서비스 중단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 일반투자자의 보유잔고비중은 1% 내외다.

그러나 올 들어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얼마전 일반투자자들 사이에 불었던 국고채 30년물 투자열풍은 채권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향후 일반 투자자의 금융자산 기준 채권비중이 25~30%까지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채권이 노령화 및 저금리 시대의 유력한 투자대안으로 주목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는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금융의사결정을 도와줘야 할 공익적 성격의 기관이다. 이번 서비스 중단 결정의 주된 배경이 '비용'이었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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