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돌연 '사의', 배경은?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돌연 '사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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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진해운

유동성 우려에 대한항공 실사…전방위 압박에 '백기'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사진)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김영민 사장은 연이은 실적 부진과 영구채 발행 지체 등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회사 측은 김 사장의 뜻을 수용해 후임 사장을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악화 뿐만 아니라 그간 쌓인 유동성 위기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실사 등이 전방위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진해운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557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으며, 매출액도 5.8% 감소한 2조6684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회사의 순차입금은 6월 말 기준으로 6조9000억원 규모이며, 부채 비율은 835%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한진해운이 갚을 기업어음(CP)은 1200억원이며, 내년에도 3월 1800억원, 4월 600억원, 9월 1500억원의 공모사채 만기를 맞는다.

회사 측은 유동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에 지급보증을 요청했지만 연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권 출신인 김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 MBA를 졸업한 후 20여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2001년부터 한진해운 자회사인 한진해운터미널 미국법인 대표로 자리를 옯겼으며, 2009년 1월 한진해운 사장직을 맡아 본격적으로 해운업계에 발을 담궜다.

이처럼 해운업계 경력이 짧아 김 사장이 업황침체 상황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특히 단기 유동성 관리에 몰두해, 장기 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선박을 발주하는 등 무리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한항공 측의 긴급자금 지원이 사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 측이 김 사장의 경영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것.

공정거래법상 동일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한진해운에 주식 1921만주를 담보로 1년 기한의 1500억원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이후 대한항공은 재무담당 직원으로 구성된 실사팀을 한진해운 본사에 투입, 회사의 재무상태와 성장 가능성, 자금 상환능력 등에 대해 실사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사 결과에 따라 한진해운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실사가 김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책임 여부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다만 한진해운과 대한항공 양측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김영민 사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한항공 측의 입김이 들어간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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