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부진 예상" vs "日 경쟁력 회복 더뎌"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원엔환율이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약세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수출주들의 주가에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수출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외환시장 마감시각 기준 원엔환율은 100엔당 981.10원으로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2008년 8월25일 979.75원 이후 최저(엔화 대비 원화가치 최고) 수준이다.
최근 엔화가 약세 기조를 보인 것으로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자국통화를 재차 약세로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 갑자스런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이번 흐름에 주목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안전자산 선호를 배제하고 봐도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 엔화 가치의 하락폭이 원화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유는 일본 정부의 해외 투자 확대 계획이나 일본 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이 엔화 약세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출구 전략의 다음 단계인 금리 인상을 결국 단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달러화는 강세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반면 아직 충분히 수출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한 일본은 엔 약세를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엔화 약세 흐름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에도 엔화가 빠르게 약세로 가면서 국내 주가지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한 하강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강세는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2011년 3월 이후 월별 수출 금액이 평균 466억 달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엔화 약세로 수출주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철강, 정유, 산업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업종 순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최근 새 경제팀이 투자 활성화 대책 등 새 정책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실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며 "당분간 수출보단 소비,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것이 장기화되거나 시장 하락폭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흐름은 국내 기업들이 피해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 일본 아베노믹스 기간 동안에 일본 기업들의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이는 기업 매출 증가가 아닌 비용절감과 외화환산이익으로 발생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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