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적자' 풍력사업 "어찌하오리까"
조선업계, '적자' 풍력사업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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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축소 이어 잇단 매각·철수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조선업계가 풍력사업을 비주력사업으로 분류하면서 속속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풍력 발전 시황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스코틀랜드에 설치한 풍력발전 시제품의 매각을 해외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2년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스코틀랜드에 7㎿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설치하기로 하고 생산된 전력의 판매를 위한 지역 내 송전망 시스템도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시제품 매각은 유럽시장에서 예상대비 저조한 해상풍력 수요에 따른 일부 프로젝트의 철수"라며 "전사 차원의 풍력사업 중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풍력발전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초 풍력발전사업부 조직과 유럽 연구개발센터를 없앤데 이어 3월말 발표한 사업보고서에도 풍력발전 관련 내용이 삭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각국 정부의 지원이 줄어 풍력발전 업황이 악화해 적자가 쌓인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진까지 겹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2009년 8월 신수종 사업 발굴 차원에서 1394억원에 인수한 풍력발전업체 자회사 드윈드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드윈드는 현재 미국에서 풍력발전 설비를 만들고, 독일 드윈드유럽에서는 연구개발(R&D)를 지원하는 '2원체제'로 꾸려가고 있지만 지난 2013년 90억원, 2014년 83억원의 적자(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풍력사업이 크게 이바지하는 부분이 없고 수요가 줄어 자생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좋은 원매자가 나오면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2010년 풍력, 태양광 사업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그린에너지사업부의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1년 400여명에 달했던 그린에너지사업부 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179명까지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독일의 풍력 부품자회사 야케 청산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국 위해현대풍력기술유한공사에 대한 추가 자금 집행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야케는 지난 2010년 인수한 풍력발전기 기어박스 전문 제작업체로 현재 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다.

다만, 이처럼 풍력발전이 조선업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지만 쉽게 중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풍력사업이 시장진입 장벽과 수주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업체들이 풍력사업을 완전히 떼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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