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벌이익 위해 원칙 훼손 인식 심어줘"
"국민연금, 재벌이익 위해 원칙 훼손 인식 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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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 정책심포지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이 성사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찬성 결정에 대해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중대한 문제점들을 갖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추계 정책심포지엄의 주제 발표에서 "이 두 회사 간의 합병은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이에 찬성했다"며 "합병하려면 기본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삼성 측의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거나, 합병 이후의 매출 및 수익 예상치가 구체적이지도 않고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합병비율과 관련해서도 국민연금기금이 이를 안이하게 대응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이 같이 비난했다. 김 교수는 "삼성물산은 저평가돼 있는 시점에 그리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돼 있는 시점에 합병비율이 결정돼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이러한 손실이 제일모직으로부터의 이익으로 상쇄된다는 매우 안이한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의 불확실성이 제기되자 이에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서면서 주가는 즉각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 합병 당일 지난 7월16일부터 8월24일 기간 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36%, 32%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12.4%) 하락율보다 넘어선 기록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기금은 무려 8779억원이나 손실을 보게 됐다.

아울러, 국민연금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정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결정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요청하지 않고 투자위원회 결의로만 단독 처리하는 돌출행동을 보여 의결권 행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즉 재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공공기관이 원칙도 훼손해가면서 재벌을 지원해준다는 인식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게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6년 이후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는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에 대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그 결정을 요청해 왔으나(의결권행사지침 제8조 제2항),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있어서는 그간의 관례를 무시하고 투자위원회 결의로 최종 결론을 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투자위원회의 결정이 이뤄진 지난 7월10일 직전 김성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홍완성 기금운용본부장과 최홍석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에게 안건회부를 요청했지만 기금운용본부장을 이를 무시했다"며 "투자위원회 결정에 있어서도 만장일치가 아니어서 (12명의 위원들 중 3명이 기권, 1명이 중립)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으로 충분히 보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남용되지 않도록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하며, 행사 내역도 투명하게 공시해 외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특히,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안건에 대해 '찬반의 의사표시'만 하는 의결권 행사는 가장 소극적 형태의 주주권 행사로,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현재의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행사는 '투자자산의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상태"리며 "의결권 행상 이외에 주주대표소송 참가, 사외이사 및 감사후보 추천, 비공식적인 주주권 행사, 증권관련 손해배상소송, 기업지배구조펀드에의 위탁운용으로 주주권행사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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