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패션업계가 잡지 출판에 빠졌다. 국내 명인과 이름난 곳,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국내외 도시 사람들까지 그 주제도 다양하다.
옷 장사를 하는 이들이 브랜드 광고 대신 읽을거리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노골적인 마케팅으로 물건을 팔기보다 자연스레 브랜드를 진정으로 좋아해 줄 팬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데다 이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잡지를 그 창구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패션 브랜드에서 펴낸 잡지 중엔 이례적으로 독립서점에 입점된 사례도 있다. 비와이엔블랙야크의 라이프웨어 브랜드 나우에서 만드는 나우매거진이 그 주인공이다. 나우매거진은 매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방식을 탐구하는 잡지다. 살아가는 곳은 다르지만 각 도시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인터뷰, 화보로 담긴다.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지금까지 1호 미국 포틀랜드와 2호 대만 타이베이, 3호 독일 베를린, 4호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지난해 9월엔 서울 편을 내놨다. 나우매거진은 독립출판사와 예술가들 협업, 깊이 있는 칼럼과 화보로 새로운 콘텐츠의 미래를 만들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는다. 이 덕에 브랜드에서 만든 잡지 중 처음으로 전국 각지 독립서점에 입점했고,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에서도 2006년부터 반기에 한번 현대인의 일상을 담은 잡지를 발행해오고 있다. 매호 소비자의 관심사 중 하나를 키워드로 정해 시리즈에서 생각하는 바를 전한다. 이달엔 수선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매거진 29호를 펴냈는데, 새 일상(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면서 쉽게 새 물건을 만들고 버리는 것에서 벗어나 고쳐 쓰는 삶을 살자고 제안했다.
송경호 시리즈 마케팅 담당자는 "지속 가능성은 이제 패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삶의 태도며 방식이 됐고, 수선은 이런 지속 가능성이라는 어려운 말을 다가가기 쉽게 풀이해준다"며 "내 주위에 수선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번 잡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적 형태는 아니지만, 온라인 잡지 형식을 차용한 사례도 있다. 생활문화기업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에선 지난달부터 매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을 통해 경제, 금융, 건강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다. 월간 마에스트로라는 이 프로젝트에선 단순 제품 홍보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전하며 쌍방향 소통을 추구한다. 지난달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소개됐으며, 이달엔 더퍼블릭자산운영의 공동 창업자 김현준 대표, 4월엔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터뷰가 실린다.
LF 윤성혁 마에스트로 팀장(부장)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앞세우는 단편적인 마케팅보다는 브랜드의 차별화된 스토리와 가치관에 집중한다"며 "마에스트로 역시 타깃층이 궁금해하는 분야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해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