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②] KB, '동갑 3인방' 거취를 보면 '포스트 윤종규'가 보인다
[금융 CEO 인사②] KB, '동갑 3인방' 거취를 보면 '포스트 윤종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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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허인·이동철 '3강 경쟁체제' 지속 가능성 높아
연임·교체보다 '3인 부회장'으로 '후계레이스' 재시동?
세대교체시 이환주·이창권·이재근 '주목'···박정림 '변수'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사진=KB금융지주)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은 IMF 외환위기로 탄생한 5대 금융그룹체제에서 CEO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이었다. 국민, 주택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진 합병체이다보니 관치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등 전직 회장들이 대부분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 후유증으로 KB금융그룹은 회장과 은행장간 갈등 등 수차례에 걸쳐 극심한 인사파동을 겪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아 반전은 일어났다. 2014년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인사파동을 지켜본 윤 회장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쟁구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지금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KB금융이 다양한 인재풀과 함께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창립이래 최고의 중흥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KB금융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또 한번 경영구조와 관련해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연임 중인 윤 회장이 그릴 '포스트 윤종규'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인 은행장을 비롯해 이동철 카드 대표, 박정림·김성현 증권 대표 등 9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다음달 말 만료되면서다. 

윤 회장은 1955년생 만 66세. 연임 임기는 2023년 11월 종료된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부분 70세까지 3연임을 해온 전례로 미루어 한차례 추가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회장의 퇴임 시점과 상관없이 이번 인사에서 후계구도의 밑그림이 투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계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진짜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12월31일 임기가 끝나는 허인(60) 은행장의 거취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할 당시 윤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임기 2년의 은행장을 맡았고, 이후 1년씩 두 차례 연임했다. 허 행장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한 데다 KB스타뱅킹 리뉴얼 등 디지털 전환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일단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포스트 윤종규' 밑그림 그리기라는 이번 인사의 특성을 염두에 둘 경우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은 지난 2017년 인사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에도 후계구도에 관한 인사 후평은 있었다. 허 행장과 함께 신설된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양종회(60) 손보 사장, 연임에 성공한 이동철(60) 카드 사장 등 3파전 구도로 압축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1961년생으로 동갑인 두 대표와 양 부회장은 입행 시기도 1~2년 차이로 비슷하다.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인사에서 이들 3인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후계구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2017년 말부터 4년째 국민은행을 맡고 있는 허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국민은행 역사상 첫 4연임에 성공한 행장이 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후계구상이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경우 이상한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 경우 양 부회장과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다른 선택지로 양 부회장과 허 행장이 자리를 맞바꾸거나, 이 사장까지 포함한 교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같은 구상은 이들 3인 유력주자들에게 다양한 업무를 경험케 해 후계 역량을 보다 심도있게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지주 부회장과 은행장은 격이 달라 자리바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3인 부회장 체제'라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KB금융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의 임기만료 시점을 고려했을 때 유력한 계열사 대표들에게 금융그룹 핵심 업무를 나눠 맡겨 후계 경쟁을 하도록 하고 차기 행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하는 그림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허 행장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 사장과 함께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주에서 보험·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는 양 부회장과 함께 '삼두체제'로 그룹 리더십을 재편해 이들 3명이 후계경쟁을 벌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허 행장은 현재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을, 이 사장은 개인고객부문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 사장은 국민은행에 입행해 지주에서 전략총괄(CSO)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로 국민카드를 2018년 초부터 4년째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4년간 기업 체질과 실적 개선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2+1년'의 임기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해 그룹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직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 차례 더 연임한다면 국민카드 최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허 행장과 이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차기 은행장과 카드 사장을 둘러싼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은행장은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그룹 내 2인자로 통한다. 지주 부회장직이 신설되면서 서열이 바뀌긴 했지만. 

현재로선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박정림(58) 증권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박 대표는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 CEO로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것이 부담이다. 금감원 징계를 최종 확정하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시장친화적 기조로 돌아선 만큼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행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보다 증권사 대표를 한 차례 더 연임하면서 '관망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그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표와 함께 지주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 중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군은 주로 1964~1966년생들이다. 이환주(56) 재무총괄(CFO) 지주 부사장, 이창권(56) 전략총괄 (CSO) 지주 부사장, 이재근(54) 등기이사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이환주 부사장의 경우 지주 CFO 출신으로 대표적인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윤 회장과 '닮은꼴'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CSO인 이창권 부사장은 그룹의 역점 사업이었던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이 부행장은 허 행장과 유사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 성채현(56)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김영길(58) WM고객그룹 부행장 등도 주목받고 있다. 모두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케이스다. KB카드 사장 후보군으로는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환주, 이창권 부사장과 함께 임필규(57), 이우열(57) 부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한편, KB금융지주는 다음달 초 계열사대표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주요 계열사 CEO 인사를 시작한다. 지주 및 계열사 임원 인사가 연말 직전에 나오는 만큼 계열사 대표 인사는 다음달 셋째~넷째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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